심상일 대전여고 교사 |
겨울 방학식이 있던 날 1년 동안 함께 생활했던 고3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여러 학생들의 수시 전형 결과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수시 전형 6개 지원 대학 중 본인이 가장 합격하기를 원했던 1희망 대학을 포함한 여러 대학에 합격한 학생도 있었고, 5개 대학은 모두 불합격하고 희망 순위 6위 대학 한 개만 합격한 학생도 있었고, 지원한 수시 전형에 모두 불합격해, 담임 선생님과 정시 전형 상담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교실은 수시 전형 결과에 따라 기쁨과 아쉬움, 정시 전형에 대한 걱정과 긴장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이렇게 입시 시즌이 되면 생각나는 잊을 수 없는 제자가 있다. 교직 생활 시작하고, 처음 고3 담임을 할 때 가르친 학생이니 참 오래전의 제자이다. 밝고, 성실하고, 우직하게 공부하는 평범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었으며, 간호학과 진학을 희망하고 있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했고, 지방 사립대학 간호학과에 합격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중에는 국립대학 간호학과에 합격한 학생도 있었고, 서울 지역 대학에 합격한 친구도 있었으니, 본인의 입시 결과에 아쉬움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입학한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지역의 종합병원에 간호사로 입사하면서 학창 시절에 가졌던 간호사의 꿈을 이루었다. 하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학문에 대한 열정이 남아 있었고, 간호사로서의 전문성을 더 키우고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공부에 매진하면서 본인이 공부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으며, 공부에 남다른 열정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한다.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간호학 공부에 대한 결실을 맺고 싶어 박사 과정에 도전해 결국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직장 생활과 대학원 공부를 병행했으며, 그 사이에 결혼과 육아까지 함께 했다고 하니, 그 삶의 과정이 얼마나 치열했을지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어도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그 뒤로 몇 년의 시간이 더 흐른 지금 그 제자는 모 대학교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 제자의 삶의 과정을 알았을 때 제자이지만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으며, 나는 그 제자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지 반성하는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학교 3학년 학생들 중 대학 입시 결과에 만족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고3 수험생들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고등학교 3년을 대학 입시를 위해 쉼 없이 달려온 수험생들은 대학 입시 결과에 울고 웃을 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필요 없다. 고등학교 3년 과정을 마치고 대학 입시를 통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그것이 인생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수시 전형을 통해 입학이 결정된 대학이 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괜찮고, 정시 전형에 지원한 대학이 내 마음에 쏙 들지 않아도 괜찮다. 대학에 합격하고, 입학하는 것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열린 미래를 향한 새로운 출발이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제자가 지방대학 간호학과에 합격했을 때 십수 년 뒤 자기가 대학 교수가 되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본인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진학하느냐가 아니라, 내 앞에 펼쳐질 미래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맞이하느냐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는 마음가짐과 그 마음을 실천할 수 있는 힘과 의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심상일 대전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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