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우연히 만나서 너무 반가움에 두 팔을 벌리고 다가가는 나와는 달리, 민 원장은 언제나처럼 함박만 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볼 뿐인데도 감동이 느껴져서다. 10년 전부터 보아온 한결같은 미소도 어쩌면 늘 아이들과 함께하는 생활에서 피어나는 것이 아닐까싶다.
유치원을 운영중인 민 원장은 아이들과의 생활이 즐겁다고 말했다. 요즘 부쩍 말썽꾸러기 아이들이 많지 않느냐고 묻기라도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표정부터 밝아졌다. 나의 모친도 생전에 아이들은 '인간의 꽃'이라고 종종 말씀하셨던 걸 생각하면 아이들은 정말 천사나 다름없다. 민 원장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아이들이 더 좋다고 한다. 기회가 될 때까지 아이들과 함께 있고 싶다고도 했다.
다만 젊은 교사들은 현장에서 이끌어가고, 민 원장 자신은 아이들을 잘 교육할 수 있도록 교사들을 도와주고, 아이들에게 최고의 교육적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아이들을 위해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민 원장은 아이들과 학부모들한테서 많은 것을 배운다. "영아들을 이른 아침부터 먼 곳까지 등 하원 시키지 말고 가까운 곳에 보내는 건 어떨까요"라고 권유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부모들의 답변은 아이가 좋아하기 때문에 거리가 먼 것은 상관없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더욱 오가면서 차창 너머로 배우는 게 많다고 덧붙여 말했다.
그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인간의 뇌는 제일 먼저 감각을 통해서 인지가 발달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눈으로 보고 배우는 시기에 매일 등·하원을 하면서 시야로 들어오는 많은 것들을 시 지각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보게 되고 알게 되면서 인지가 발달한다는 '인지발달' 이론이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차츰 관찰력과 호기심이 많아지고, 얌전했던 아이가 성격이 활달하고 적극적으로 변했으며 다양한 것을 배워온다는 말을 학부모한테 들으면 민 원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이 뿌듯했다.
사실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놀며, 에너지를 발산하고 놀아야 신체 발달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또한 성격이 활달하고 적극적으로 된다고 하는 말을 나도 들은 적이 있다. 자연를 통해서 관찰력과 호기심도 생기며 동식물을 통해서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유아들은 경험과 체험을 통해서 학습한다고도 한다. 민 원장은 유아들을 대하는 데 있어서 이렇듯 숭고한 교육철학이 배어있는 것 같아 내심 놀랐다.
다만 젊은 엄마들이 육아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다. 이 시기에 젊은 엄마들은 에너지가 많아서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시기인데 육아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일상생활에 제한을 받아 마음대로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육아를 위해서 엄마 일상을 잠시 멈추고 아이와 함께 놀아주고 즐기면서 행복을 만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 원장은 말했다. 아이가 주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요. 아기는 성장하면서 발달 단계마다 눈에 보이지 않고 이루어내는 발달 과업과 눈에 보이는 발달 이행 순서가 있다. 이들 하나하나의 과업을 이루어내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양육자가 도와주어야만 한다고. 매일 아침 아이를 깨울 때 안아주며 이름을 불러준다든지, 등원하기 전에 사랑한다며 꼬옥 안아주고, 하원 후에 만났을 때 잘 다녀왔냐며 꼬옥 안아주며 이야기하는 등 아이가 부모와 있을 때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이럴 때 애착이 잘 형성되어 지면서 신뢰감이 획득되어지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불신감을 갖게 된다. 아이들은 스스로 했을 때 성취감을 느껴 자신감이 생기고 재미있기에 또 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겨 반복연습을 하게 된다. 아이들의 할 수 있는 일상생활에서 즉 신발 혼자 신기, 밥 혼자 먹기, 내 물건 챙기기 등 스스로 했을 때 작은 일에서부터 성공의 기쁨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 이것이 쌓이게 되면 초등 저학년에 가서 효능감이 생긴다. 노력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양육자는 아이들이 혼자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고 기다림이 필요한 시기이다. 자칫 잘못하면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해 볼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경우가 있다. 해야 되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을 확실하게 구분해서 일관성 있게 알려주어야 한다. 자기 조절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민 원장은 강조했다.
가정에서 통제받지 않고 마음대로 하던 아이들은 교육 기관에서 적응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규칙을 지키기나 교사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아이들은 타고난 성향과 기질이 다르기 때문에 내 아이의 성향을 잘 알아서 그에 맞는 교육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내가 봐도 요즈음 교육시설이 잘 되어있기 때문에 육아하기 참 좋아진 것 같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부모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 많은 지원을 하고 있기에 교육과 보육을 겸비해서다. 가정에서보다 더욱 청결하고 규칙적으로 다양한 급식 제공과 여러 경험과 체험을 통하여 교육하고 있다고 한다. 부모는 교육기관과 가정과의 소통을 잘하여 연계성 있는 교육이 이루어질 때 더 효과적일 것이다.
지난해 12월, <림스뮤직 송년연주회>에서 우연히 민 원장과 만나서 그동안 궁금했던 아이들과의 소통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있으려니 아이들이 보고 싶었다. 다음 주에 만나기로 했는데 민 원장과의 대화를 떠올리다 보니 민 원장이 더욱 보고 싶다. 봄 햇살처럼 웃음 짓는 미소가 보고 싶다.
민순혜/수필가
민순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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