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수출은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8년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한국의 대중·대미 수출 격차는 52억 3500만달러로 집계됐다. 2003년(8억 9100만달러) 이후 가장 좁혀졌다.
대중·대미 수출 격차는 대중 수출이 대미 수출을 처음으로 앞선 2003년 8억 9100만달러였다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2018년 894억 500만달러로 역대 가장 컸다. 2018년 대중 수출액은 1621억 2500만달러로, 대미 수출(727억 2000만달러)의 2배 이상이었다. 이후 대중·대미 수출 격차는 2019년 628억 5900만달러, 2020년 584억4900만달러, 2021년 670억 1100만달러, 2022년 460억 2300만달러, 2023년 91억 2200만달러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 같은 수출 격차 감소는 대중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반면, 대미 수출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중 수출은 2021년 1629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2022년 1557억달러, 2023년 1248억달러, 2024년 1330억달러로 부진했다. 중국의 내수 부진과 중간재 자급률 상승으로 인해 한중 교역 구조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은 부품·소재 등 중간재를 중국으로 수출하고, 중국이 이를 완제품으로 만들어 세계 시장에 내놓으면서 한국도 중국 경제의 성장 과실을 함께 누려왔다. 실제 대중 수출은 중국이 WTO에 가입한 지 10년 만인 2010년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섰고, 2015년 한중 FTA까지 발효되면서 2021년 정점에 달했다가 감소하는 추세다.
반면 미국으로의 수출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8.2%), 반도체(122.8%), 일반기계(3.6%), 컴퓨터(196.8%) 등의 수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국내 대기업들이 미국 내 반도체, 이차전지, 전기차 등 첨단산업 설비 투자를 확대하면서 관련 기계류 및 중간재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도 반도체 수출 성장에 기여했다.
장상식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큰 소비시장을 갖춘 미국은 소비재와 인프라 투자 증가에서 기인한 IT·기계류·석유화학 등으로 수출 품목이 다변화돼 있다"며 "미국 현지 투자까지 늘면서 관련 중간재 수출이 늘어나 보다 안정적인 수출 구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미중 갈등과 중국의 자립도 강화 움직임을 고려하면 대중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첨단산업 분업 체계와 공급망 강화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 2기에도 미국과 상호보완적인 교역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2024년 연간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역대 최대인 6838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한해 중국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19.5%를, 미국이 18.6% 차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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