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국가보훈부 선임연구원 |
구한말 1895년 민왕후 참살과 단발령을 계기로 을미의병이 일어났다. 이후 의병항쟁은 1907년 8월의 군대해산을 계기로 절정으로 치달았으며 1915년경까지 약 20년간 국내에서 전개되었다. 그러나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의병항쟁은 일제의 조직적 무력 탄압을 피해 만주와 연해주 독립군으로 전환해 투쟁을 이어갔던 까닭에 그 피의 투쟁은 광복의 그 날까지 계속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의병항쟁의 정신은 곧, 독립정신이다. 일제는 국권 강탈과 불법적 식민지 지배에 피로 저항하는 의병항쟁이 가장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의병장, 의병 참여자들을 가장 가혹하게 처형했으며 세 부득이하여 귀순한 의병들에 대해서도 '도망' 등의 죄목을 붙여 처형했다. 그 잔인함과 참혹함은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의병항쟁의 역사는 피로 점철된 역사이며 그 기록은 피의 기록이다.
그런 의병의 역사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강력한 투쟁을 했던 지역이 충남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복된 지 80년을 맞는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독립운동 가운데 가장 치열하고 광범했으며 가장 처절하고 컸던 희생을 치른 의병항쟁을 체계적으로 조사 연구할 변변한 연구기관 하나 없었다. 제대로 된 국가라면 망국의 사태에 목숨을 걸고 일어나 처절한 피를 흘렸던 의병진(부대), 의병장, 참여자, 전사 또는 처형 순국자, 전투 현장, 의병을 탄압한 부대와 그 지휘관, 그들의 가혹한 탄압과 학살 만행의 실태, 참여자와 희생자 통계, 이를 말해주는 관련 자료와 문헌, 작전지도 등에 대한 광범한 조사와 연구를 체계적으로 하는 연구기관이 당연히 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복 80주년이 되도록 이런 기관 하나 키우지 못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마침 학생 수가 1만 명에 육박하는 규모 있는 남서울대학교에 충남의병연구센터가 설립된다는 소식에 반가움을 금할 수 없다. 이는 마땅히 되어야 할 일, 마땅히 있어야 할 기관을 위해 남서울대에서 발 벗고 나섰다는 말로서, 반갑고 감사하지 않을 수 없으며 광복 80주년을 맞는 해에 가장 걸맞고 빛나는 사업이 될 것이다. 충남의병연구센터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연구센터가 해야 할 일을 다음과 같이 열거해 본다.
첫째, 충남의병연구센터는 충남지역 의병을 일차적으로 관심을 두겠지만 이 나라에 의병연구센터가 하나도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병연구에 있어 전국의 중심 센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충남의병연구센터는 조사연구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조직되고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의병진, 의병장, 의병 참여자, 의병전투, 의병항쟁 관련 지리, 의병 탄압 부대와 그 지휘관, 의병 항쟁과 한일 등의 국제적 관계, 사건 등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조사와 사실의 축적을 해 갈 수 있는 조직과 사업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대학과 정부의 체계적, 안정적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충남의병연구센터는 의병 D/B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2019년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국사편찬위원회는 3.1운동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국민에게 공개했다. 그와 같이 광범한 참여자와 전투, 학살이 이루어진 의병항쟁의 의병진, 참여자, 전투와 전투지, 탄압 관련 제반 사실들의 D/B가 국책사업으로 수행되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충남의병연구센터는 위와 조사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연구자가 양성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연구자가 안정적으로 조사,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자리와 일(사업)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GTX 등 수조 원이 투입되는 사회적 인프라도 필요하지만, 정신적 문화와 지적 축적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관심을 써야 할 것이다. 더구나 AI 시대에는 축적된 데이터가 국력인 시대이다. 데이터 축적 없이는 AI도 없다고 할 수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축적에 필요한 인적자원이 육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다섯째, 충남의병연구센터는 의병항쟁, 그 역사와 정신을 대중화하는 온·오프라인 정기 간행물, 단행본, 해설서, 자료집 등의 발간물과 축적된 사실에 기반을 두어 전기, 역사 저술물, 의병정신 또는 국민정신에 관한 저작, 영상물 제작을 장려하는 정책을 취하여야 할 것이며 정기적인 학술토론회, 심포지엄, 현장 답사 등을 통해 사업의 성과를 사회에 환원하고, 대중과 소통해야 할 것이다.
이정은 국가보훈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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