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용 대전을지대병원장이 1월 1일 오후 권역외상센터에서 당직근무 중 이송환자 도착 전에 의료장비를 가동하고 있다. |
새해 첫날 나들이를 갔다가 다리 골절상을 입거나 몸에 상처로 출혈을 겪는 환자들이 이곳 권역외상센터로 주로 이송됐고, 계절적 독감으로 고열의 환자들이 함께 있는 응급실을 찾았다. 접합과 봉합 수술이 가능한 을지대병원 33병상의 응급실의 권역외상센터(8병상)는 119구급대가 교통사고나 추락 등의 환자를 이송할 때 1순위로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의료기관이다.
지난해 의정갈등이 빚어져 집단 사직사태가 발생하면서 전공의 7명이 응급실을 떠나면서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교수들이 순서를 정해 24시간 응급과 외상 진료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형외과 전문의인 김하용 병원장은 지난해 6월부터 권역외상센터에서 당직 근무를 자처했으며,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마다 그는 응급실과 권역외상센터를 지켜왔다.
김하용 병원장은 "어제도 사직한 전공의가 찾아와 어떻게 지내는지 대화하고 곧 결혼한다고 해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서울이 아니고서는 전문의를 채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직 전공의들이 아직 돌아올 수 없는 상태라면 병원장이라도 앉아만 있을 순 없고 응급의료체계 유지에 힘을 보태는 게 당연하다"라며 "제가 주말과 공휴일 응급실을 지키는 동안 동료 교수와 전문의가 잠시나마 휴식을 취해 장기화하는 사태에서도 공백 없이 진료를 이어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응급실 호출을 받고 복도를 달려가는 김 원장을 쫓아 기자도 종종걸음을 쳤다.
그는 12월 25일 크리스마스를 응급실에서 환자들과 보냈고, 최근 6개월 사이 토요일과 일요일 거의 모든 휴일에 응급실 병상을 지켜왔다. 1일 김 병원장이 당직 근무한 날 권역외상센터에 37명의 응급환자가 이송됐고 이중 16명이 외상환자였다.
김 원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해 대전 중구 목동에 을지의과대가 개설돼 을지대병원으로 승격한 1997년부터 이곳에서 진료를 시작해 28년간 환자를 돌봤다. SCI(E) 저널에 뇌성마비 및 소아 정형 관련 논문 총 5편을 게재하는 등 최근까지 연구 활동도 이어왔다.
김하용 병원장은 "지금 이대로라면 지방의료와 필수의료가 위기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라며 "올해는 의정 사태가 꼭 좋은 방향으로 잘 마무리되는 것이 개인적인 새해 소망이다"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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