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이렇게 물은 우리를 이롭게 하는 것인데, 미국의 작가이며 언론인인 제프 구델의 '물이 몰려온다(The Water Will Come)'라는 책을 읽으면서, 이제는 물이 두려워졌습니다. 제프 구델은 '해수면 상승' 문제에 관한 전문 언론인이지요. 그는 세계적인 환경 재난을 저지하는 방법에 관해, 아울러 우리가 행동하지 않을 경우, 어떤 위험이 초래되는지에 관해 중요한 시각을 제공했는데, 그것이 바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인류가 처한 위험입니다. 그는 기후 위기에 관한 많은 쟁점이 존재함을 인정하면서, 그러나 사실로 확인된 시각을 몇 가지 제시했는데, 바로 "기후가 온난화되고 있고, 세계의 거대 빙산이 녹고 있으며, 그래서 바닷물이 상승하고 있다"라는 점입니다. 그는 2012년 뉴욕을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를 취재하면서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 당시 허리케인 샌디가 뉴욕시를 강타한 뒤 물이 빠진 지역을 샅샅이 취재했는데, "동네에는 곰팡이 냄새,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전기는 나갔으며 상점은 문을 닫았다. 부러진 나무, 방치된 자동차, 곳곳에 널린 잔해"를 보면서 불과 몇 시간 만에 밀려온 홍수 때문에 이런 상황이 되었다면 아예 대서양이 밀려 들어와서 그대로 머문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문제의식을 갖게 된 것입니다.
20세기 바다는 약 15cm 상승했습니다. 그렇지만 오늘날의 바다는 지난 세기에 기록된 것보다 아마 2배 이상 속도로 상승할 것입니다. 해수면 상승 속도가 급속히 증가하는 것이지요. 미국 국립해양대기국 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 해수면 상승 폭은 2100년까지 최소한 30cm에서 최대 2.5m 이상에 이를 수 있다"고 예측하였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화석 연료 이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해법이 나옵니다. 그런데 제프 구델은 그것도 완벽한 대책이 아니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상당량은 향후 수천 년 동안 대기 중에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결국 우리가 당장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더라도 우리가 이미 공중에 쏟아버린 이산화탄소로부터 비롯되는 온난화를 중지시킬 수 없다는 뜻입니다. 지구를 식히는 데 수백 년이 걸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요.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 이내로 제한할 수 있다면, 이번 세기의 해수면 상승은 60cm에 그치고, 사람들에게 적응할 시간을 더 많이 주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돈만 충분하다면 해안 장벽을 쌓고, 하수도 시설을 개선하고, 주요 기관 시설을 돋워 개선한다면 대비할 수 있겠으나, 상당한 비용이 들지요. 구델은 2100년에 이르려면 매년 100조 달러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전망합니다. 그러나 구델이 걱정하는 것은 기후 과학이 아니라 인간 심리의 복잡성에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 구델의 질문을 소개하면, 첫째, 우리는 이산화탄소 오염을 줄이기 위한 극적인 행동에 돌입할 것인가? 둘째, 상승하는 물에 도시가 대비할 수 있도록 적절한 기반 시설을 확충하는 데에 수십억 달러를 사용할 것인가? 셋째, 우리의 정치 경제 시스템이 이런 도전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물이 몰려오면 우리의 능력이 그 물에 서서히 잠식될 것'이라는 끔찍한 전망도 가능합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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