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인간성 회복을 위한 도시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인간성 회복을 위한 도시

김병윤 대전대 전 디자인아트대학장

  • 승인 2025-01-02 16:30
  • 신문게재 2025-01-03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김병윤 전 대전대 디자인아트대학장
김병윤 대전대 전 디자인아트대학장
자연과 인간의 대등함을 주제로 한 '공생의 디자인'의 저자인 일본불교 주지이자 정원디자이너 '마스노 슌묘'는 그의 책에서 '집과 정원은 다르지 않다'란 뜻으로 '정옥일여(庭屋一如)' 라 했는데 건축이 지녀야 할 자연에 대한 깊은 사유를 주는 잠언으로 이해된다.

지난 1990년으로 기억되는 일본 오사카의 꽃 박람회에는 세계의 건축가들이 초청되었고 영국정원의 파빌리온 '폴리'(우리의 옛 정자와 비슷함) 라는 주제로 각자 디자인한 건축작품 들이 현장에서 전시되었다. 여기서 특이했던 것은 그림 액자처럼 벽을 만든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업이며 바로 명화를 감상하는 공간적 거리감으로 관람 적인 공간을 제안해서 주목을 끌었다. 이어 그의 '물의 교회'는 저수면 위에 세운 물 위의 십자가를 바라보는 교회로 기존 예배당의 건축적 공간성을 완전히 바꾼 자연과의 일체화로 예배공간의 변화를 보여주었다. 또 하나 주목되는 작업은 일본 간사이 공항 매립토 제공으로 흉지가 된 고베지역의 아와지섬에 계획한 유메부타이(꿈의 무대) 가 있다. 화단과 건축을 병풍으로 드리워 정원인지 건축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간소함으로 자연의 여백을 풀어낸 건축이다. 건축과 자연을 일대일로 화합한 매우 독자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대응이고 동화처럼 자연을 품는다.

보이기 위해 만든 정원으로 일본의 정원을 일견하는 경우도 있지만 세밀하게 다가가면 변하는 자연을 그대로 품고자 하는 '자연의 흔적'으로 이해된다. 건축의 형태는 어렵지 않게 흉내 낼 수 있지만 이 자연의 정신을 내 품는 작업은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일이라 생각된다.

미국의 건축가 루이스 칸의 건축에서도 자연과 공간에 깊은 사려를 보여 주었기에 벽돌에도 묻고 건축을 찾는 사람들의 시선을 묻는 그의 질문에는 지속되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건축의 다른 시간 들을 묻고 있다.



우리의 전통 건축에도 이런 자연관이 뛰어난 정신과 품격은 항상 함께하고 있다. 바로 '내추럴 사이딩(자연을 품은 자연 이웃)'이며 자연, 인간, 공간이 화합하는 삶의 관계를 짓고 자연을 품은 극적인 장면이 그림처럼 이어지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나타내는데 주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내추럴 사이딩(Natural siding)' 시도는 이미 소쇄원과 같은 많은 지난 시간의 우리 건축을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오랫동안 인간 스스로를 자연과 갈등하며 동경하고 이웃으로 살고 있음에서 얻어낸 이 '자연 이웃' 형식은 여러 장르의 방식으로 건축과 도시를 만드는 기반이 되어왔고 이 형식은 인간 삶에 원동력으로 지속적으로 작용해 왔다. 크고 작은 도시의 공원들은 현실의 적극적인 '자연 이웃 부침' 이고 자연을 동경하며 이웃 되길 바람에서 우리의 건축은 많이 열리고 닫는 시각적 조정을 통해 구성되는 친 자연성을 지니고 있다.

이제 도시건축은 내추럴 사이딩이 절실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세상의 재난이 끝도 없이 일어나고 있고 특히 지난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파와 후속 재난이 남긴 상처는 복구에 엄청난 재정과 시간을 요하며 도시건축의 명료한 제시를 구하고 있다. 중동을 비롯해 세상 곳곳의 전쟁으로 인한 복구 역시 전 세계의 몫이다. 긴급을 요하는 대안도 필요하고 장기적인 복구 방식도 당장 마련하는 대비가 필요하다. '내추럴 사이딩' 은 편할 때 정신을 논하며 자연과 합류하는 한가한 논지가 아니다. 향후 인간의 생활환경이 더욱 냉담하지 않고 이웃할 수 있는 장기적 제시이며 긴 시간 스스로 변하며 가꾸어 가는 도시건축을 위한 논의의 시작이다. 어디를 먼저 비울 것인지 얼마만큼 비울 것인지 비운 만큼 모두에게 생명과 존재를 오래도록 인지하게 하는 자연과 건축은 바로 우리의 이웃으로 함께 하여야 한다. 열 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도 또한 손 뻗으면 이웃집이 잡힐 듯한 비좁은 도심 한복판의 '튜브하우스(베트남의 가로주택)'에서도 한 뼘 하늘로 열린 공간이 있어 이들은 행복하고 길게 호흡하며 숨을 내뿜을 수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계룡건설, 세종~포천 고속도로 '처인휴게소' 문 열었다
  2. [날씨] 주말 사이 충청권에 눈비…아침 기온 낮아 추워
  3. 4급 이상 공직자, 2007년생 직계비속 병역사항 신고
  4. 폴리텍IV 대전캠퍼스-대전시 지역인재 양성 협력 강화
  5.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투자기업 필상 ‘중기부 장관상’
  1. 한밭대 산업디자인학과 '제17회 공간디자인대전' 다수 입상
  2. 2025 대전시기독교연합회 신년교례회 및 구국기도회
  3. 숲경영체험림의 인허가 문제 고민 끝 !
  4. 아이미소어린이집,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바자회 수익금 기부
  5. 초등생 남매가 용돈 모아 이웃돕기 성금 전달

헤드라인 뉴스


세종~포천 고속도로에 계룡건설 KR산업 처인휴게소 문 열었다

세종~포천 고속도로에 계룡건설 KR산업 처인휴게소 문 열었다

계룡그룹 KR산업이 운영하는 처인휴게소(양방향)가 1월 1일 세종~포천 고속도로에 문을 열었다. 처인휴게소는 상공형 양방향 통합 휴게소로 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두 개의 반지가 겹쳐진 형태의 독특한 구조다. 오픈과 동시에 업그레이드 된 서비스와 차별화된 공간을 제공하며 벌써부터 프리미엄 휴게소로 불리고 있다. 처인휴게소는 고속도로 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세종포천고속도로 개통에 맞춰 공사를 진행했다. 규모면에서도 연면적 7946㎡의 대형 휴게시설로 포천방향 275대, 세종방향 318대의 차량 수용이 가능하다. 프리미엄 F&B 서비스를 강..

이장우 대전시장 "수처작주 정신으로 흔들림 없는 시정"
이장우 대전시장 "수처작주 정신으로 흔들림 없는 시정"

대전시는 2일 시청 대강당에서 이장우 대전시장과 공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무식을 열고 2025년 을사년(乙巳年) 새해 일류경제도시 대전 완성을 위한 각오를 다졌다. 이 시장은 신년사에서 "2025년은 시민 여러분과 함께 대한민국의 중심에 서서 창대한 미래를 개척해 나가겠다"면서 "대전은 서울과 수도권을 뛰어넘을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진 유일한 도시"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 시장은 대전의 2023년도 경제성장률이 전국 2위, 개인소득은 전국 3위를 차지한 성과를 언급하며 "대전을 대표하는 기관의 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과 시대적 사..

[2025 경제정책] 내수침체로 어려운 소상공인 지원
[2025 경제정책] 내수침체로 어려운 소상공인 지원

정부가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해 지원에 나선다. 2일 정부가 발표한 '2025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채무조정 지원을 강화하고 설 전후로 온누리상품권 할인율을 15%로 상향한다. 노동약자지원법(가칭) 제정을 추진하고 생계급여와 기초연금 등을 인상해 노동약자, 저소득, 노인 등의 보호를 강화한다. 정부는 소상공인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 대상을 확대하고 취업·재창업 교육을 이수한 취약차주에게는 추가 상환유예를 검토한다. 최대 10년까지 장기 분할 상환을 할 수 있는 채무조정을 비롯해 성실 상환자나 경..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에도 이어지는 조문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에도 이어지는 조문

  • ‘회식 좀 해주세요’…경영난에 상인들 호소 ‘회식 좀 해주세요’…경영난에 상인들 호소

  • 홍범도 장군 묘역 찾은 우원식 국회의장 홍범도 장군 묘역 찾은 우원식 국회의장

  • 대전 중구청, 청렴서약식으로 2025년 시작 대전 중구청, 청렴서약식으로 2025년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