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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들이 위약금을 감수하고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일찌감치 예약된 상품들은 환율 변동으로 인해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30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여행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대전 중구의 한 여행사는 이날 오전부터 취소 문의가 급증했다. 오전에만 4~5건의 취소 전화를 받았고, 당장 1월 4일 제주항공편 여행을 취소하는 문의가 나오고 있다는 게 여행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른 곳도 상황은 비슷했다. 서구의 한 여행사는 이미 10건가량의 취소 연락을 받았다. 여행사 관계자는 "오전부터 여행을 취소하는 고객들의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며 "규정상 전액 환불이 어렵다고 안내하고 있는데, 이를 알고도 취소하는 고객들도 있어 이에 대한 사항을 안내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년 1월 4일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하면서, 여행 자제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날 여행사를 방문해 계약을 취소하는 고객도 있었다. 김 모(63) 씨는 "연초에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계획했는데, 결국 미뤘다"면서 "연말에 나라 분위기가 뒤숭숭하고, 비행기에 대한 공포감도 생겨 나중에 여행을 가게 되면 국내로 선회할 것 같다"고 했다.
여행업계는 무안 제주항공 참사뿐 아니라 고환율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한다. 여행상품의 경우 미리 판매하는데, 급격히 환율이 올라서다. 원·달러 환율은 11월 말 1400원 안팎에서 등락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순식간에 1442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12월 19일 연준이 FOMC에서 정책금리 전망치를 상향하자 1450원대로 뛰었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탄핵당한 27일에는 1480원대로 올라섰다.
여행업계는 통상 5~6개월 전 여행상품을 내놓는데, 당시 환율과 차이가 클수록 매출에 큰 타격이 받는다는 설명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상품 가격은 대체로 달러로 예산을 잡는데, 이미 1350원대로 잡아놓은 여행상품이 이미 1500원에 육박하고 있다"며 "이 같은 변동은 여행사가 감내할 수밖에 없어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앞으로 전망도 암울하다는 평가다. 추후 여행상품의 경우 현재 환율을 적용하는데, 이럴 경우 상품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소비심리도 얼어붙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11월보다 12.3포인트 떨어졌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악화한 것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얼어붙은 소비심리, 고환율에 이어 제주항공 참사까지 후폭풍이 거세 휴업 또는 폐업으로 전환하는 곳도 나오는 분위기"라며 "전국적으로도 상황이 비슷한데, 일단은 사태 영향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훈희 기자 chh7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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