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경찰, 소방 합동 재현 실험 과정 중 쌓아둔 튀김 찌꺼기에서 60분 후 흰 연기가 나기 시작해 불꽃이 발생하고 있다. (사진=대전경찰청 제공) |
#2. 앞서 4월 25일 오전 3시 14분께 서구의 한 치킨 가게에서도 주방 내부 튀김 찌꺼기를 모아놓은 플라스틱 통에서 화재가 났다. 업주는 발화지점에 새벽 1시께까지 닭을 튀기고 남은 찌꺼기를 플라스틱 통에 모아 놓았다고 진술했다. 튀김 찌꺼기 통에 한정해 연소가 진행된 점으로 볼 때 닭을 튀기고 남은 찌꺼기를 모아놓은 통에서 튀김 찌꺼기와 기름이 산화되며 발생한 열에 의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처럼 모아놓은 튀김 찌꺼기에서도 자연 발화에 의해 화재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 합동재현 실험을 통해 화재 발생 위험성을 확인한 대전경찰과 소방은 찌꺼기가 나올 때마다 모아두지 말고 즉시 폐기할 것을 당부했다.
대전경찰청 형사과 과학수사계 화재감식팀과 대전소방본부 화재조사팀은 화재 당시 상황과 유사한 환경을 만든 뒤 2회에 걸쳐 재현 실험을 한 결과, 조리 후 모아놓은 튀김 찌꺼기에서 자연발화가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튀김 찌꺼기에 있는 기름 성분과 산소가 만나 열기가 축적되고, 온도가 상승하면서다. 이후 불꽃 없이 연기가 발생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고 튀김 찌꺼기를 담은 플라스틱 용기가 열에 의해 변형되면서 불이 붙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실험에서 경찰과 소방은 치킨집에서 여러 번 사용한 기름과 튀김 찌꺼기를 얻어 37ℓ 플라스틱 음식물 쓰레기 용기에 튀김 찌꺼기를 1/3~2/3 가량을 채운 뒤 실내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시작 1시간 후에 용기의 온도가 240도까지 올라 하얀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20분이 지난 뒤 온도가 380도로 치솟으며, 연기가 많이 나고 플라스틱 용기 하부가 녹는 것이 관찰됐다. 실험 시작 약 1시간 30분여 만에 용기의 녹은(용융) 부분에서 불꽃(유염 착화)과 함께 화재가 확산 되는 것이 확인됐다. 이때 용기의 온도는 455도였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대전지역 치킨집 등 튀김 요리 업소에서는 총 13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대부분 찌꺼기에 의한 자연발화로 의심은 되지만 그간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아 이를 밝히고자 한 것이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경찰과 소방은 화재 예방을 위한 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또 대전요식업협회와 튀김 요리 업주들에게 위험성을 알려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는 협조를 구했다.
장성윤 대전경찰청 형사과장은 "이번 실험을 통해 주로 건조한 가을과 겨울철에 튀김 찌꺼기에서 자연발화에 의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튀김 요리 업소에서는 조리 후 튀김 찌꺼기를 바로 폐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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