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시낭송가 이경숙 선생의 '시 낭송'에 대하여

  • 오피니언
  • 문예공론

[문예공론] 시낭송가 이경숙 선생의 '시 낭송'에 대하여

  • 승인 2024-12-25 16:18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KakaoTalk_20241225_050505115_01
이경숙/시낭송가
해마다 12월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교차로에서 각종 행사가 푸짐하다. 그중 시 낭송은 빠질 수 없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각 행사 목록에서 한두 편, 혹은 시 낭송 모임에서 합동 시 낭송 혹은 시극으로 감동과 흥취를 돋우어서다.

얼마 전, 손종호 (전) 충남대 국문과 명예교수님이 진행하셨던 <새빛시창작아카데미> 동료인 전 시인한테서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시 낭송을 배우고 싶다며 스승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하는데 대뜸 시낭송가 이경숙 선생이 떠올랐다.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이 선생의 시낭송을 들으면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이 전 시인도 좋아할 거 같아서였다. 내 예감은 적중했다. 전 시인은 처음 배우는 시 낭송이 얼마나 즐거운지 목소리 톤도 약간 높아져서 말했다. "이 선생님이 너무 좋아요. 훌륭하신 분을 소개해 줘서 고맙습니다."

전 시인이 좋아하는 것을 보니 불현듯 나도 그동안 잊고 지냈던 시 낭송을 하던 때가 생각났다. 시 낭송(朗誦)이란 사전적 의미로는 '시를 소리 내어 외거나 읽음'이다. 그 당시 격월로 다양한 장르가 있는 <라뮤즈(La Muse)연주회> 무대에서 나는 처음 시 낭송을 했다. 이경숙 선생을 만난 것도 그 당시였다. 시낭송가 이 선생은 지금도 그때의 그 단아한 모습과 목소리로 청중을 몰입하게 하는 저력이 있다. 이경숙 선생은 현재 아람시낭송협회 회장, 국제시낭송예술인연합회 부회장, 대전시낭송가협회 고문, 대청시낭송협회 고문으로 있으면서, 후배를 양성하는데도 열정적이다. 「대전동구문화원」에서 시낭송 강좌를 개설해서 열심히 강의를 하고 있다.

이 선생이 시 낭송을 하게 된 동기는, 20년 전 남편 친구가 부여에서 매달 정기적으로 시 낭송회를 개최했을 때였다. 처음에는 여행 삼아 따라다니다가 어느 순간 이 선생 자신도 시 낭송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시 낭송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이 선생이 시 낭송을 하면서 보람 있었던 일은 관객이 이 선생의 시 낭송을 감상하고 크게 감동했다며, 무대 뒤로 찾아왔을 때라고 한다.



또 시 낭송을 배우는 분들이 자신감과 자존감을 찾았다고 이야기할 때 그분들이 즐거워하고 행복해하고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는 모습을 볼 때 이 선생 자신도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시 속에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다 들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알게 된다. 그것을 이야기 풀듯이 또는 노래하듯이 낭송하고 그 낭송을 듣고 시와의 교감을 느끼고 희비애환을 이겨낼 수 있도록 감동 주는 낭송을 하려고 노력한다고도 말했다.

KakaoTalk_20241225_050611224_04
이경숙/ 낭송가
이 선생이 가장 좋아하는 시는 박노해 시인의 <사랑은 끝이 없다네> 이다. 모든 시가 다 좋고, 많은 시를 낭송하지만, 요즘 특별히 자주 낭송하는 애송시는 <사랑은 끝이 없다네> 이다.

'사랑은 끝이 없다네/사랑에 끝이 있다면/어떻게 그 많은 시간이 흘러서도/그대가 내 마음속을 걸어 다니겠는가.//사랑에 끝이 있다 어떻게 그 많은 강을 건너서도/그대가 내 가슴에 등불로 환하겠는가//사랑에 끝이 있다면/ 어떻게 그대 이름만 떠 올라도/푸드득, 한순간에 날아 오르겠는가//'-박노해 시 <사랑은 끝이 없다네> 중략.

이 선생은 미래까지 하고 싶은 일 중에 자신의 시낭송은 물론이고, 낭송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가르치며, 낭송의 저변 확대에 힘쓰고 싶다고 한다. 시 낭송을 배우고 싶은 분들께 열정을 다해 가르치고 틈나는 대로 그분들과 같이 봉사활동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래서일까. 이 선생도 잊지 못할 감명을 받았던 시 낭송 무대도 있다. 모든 무대가 다 감동이지만 얼마 전 「대전동구문화원」 인문학 포럼에서 유안진 시인의 <자화상>을 낭송했는데, 낭송이 이렇게 멋진 줄 몰랐다며 많은 분들이 감동했다, 는 말을 전해 듣고 이 선생도 무척 기뻤다. 그뿐만 아니라 그 시 낭송을 보고 관객 2명이 시 낭송을 배우겠다고 등록해서 더 기뻤다며 미소 지었다.

사실 이 선생한테 시 낭송은 인생 2막을 황홀하게 만든다. 인생을 살면서 자기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만도 대단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선생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기 때문에 즐겁고 행복하다고 한다. 게다가 시 낭송을 후배들에게 가르치는 재미도 엄청 크다. 수강생들이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며 자기 자존감과 자신감을 찾는 모습을 볼 때 더 큰 행복을 느낀다니, 이 선생에게 시 낭송은 행복의 본질이라고도 할 수 있다.

모든 예술이 그렇듯 많은 노력과 연구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시 낭송도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만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한다. 우리는 수십, 수백 번 외우고 연습하고 무대에 오른다며 잘하는 선배들의 낭송을 많이 듣고 많이 해보고 많은 노력을 들여서 성취하면 좋겠다며,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라고 했다.

시낭송가 이경숙 선생의 시 낭송 이야기를 들으며 내 주위에 이렇게 훌륭한 분이 있다는 것만 해도 기뻤다. 불현 듯 2025년 새해는 그동안 잊고 있던 시 낭송 무대에 나도 다시 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신기했다.

민순혜/수필가

민순혜 수필가
민순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최민호 세종시 정부, 2025년 새 진용으로 도약 예고
  2. 발달장애인과 퇴직교사의 아름다운 합작품…'2024 꿈을 담은 도자전' 열려
  3. [날씨] 눈보다는 한파 덮친 크리스마스
  4. 제2금융기관 강도 사건 근절…대전서부경찰서 방범용 CCTV 신설
  5. 청춘예찬 기자단 모집…병무정책 관심있다면 누구나
  1. [기고] 건전하고 성숙한 토론 문화가 확산되길
  2. (주) 예람, 대전중구 기아대책노인복지센터에 1000만원 상당 이웃사랑 후원물품 기탁
  3. 행복한 성탄!! 취약계층을 위한 '사랑의 연탄 봉사'
  4. 대전시의회 정명국, 가양2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정책간담회… "복지사각지대 발굴지원 최선"
  5. 대전 1호 액셀러레이터 로우파트너스 5년 연속 희망2025나눔캠페인 성금 기탁

헤드라인 뉴스


행정수도 관습법 위헌판결 재판단 촉구 국회서 고개

행정수도 관습법 위헌판결 재판단 촉구 국회서 고개

560만 충청인의 염원이며 국가균형발전 백년대계인 행정수도와 관련해 20년 전 헌법재판소 관습법 위헌판결에 대한 재판단을 촉구하는 여론이 국회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충청권 여야 의원을 중심으로 세종시 완성 발목을 잡는 해묵은 족쇄를 풀자는 것인데 최근 탄핵 및 조기 대선 정국 속 커지는 세종시 역할론과 맞물리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무소속 김종민 의원(세종갑)은 지난 23일 정계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헌재 위헌 결정 이후 국민 인식이 변화했다. 이제는 전 국민이 세종을 행정수도라고 인식한다"며 관습법 위헌판결..

대전시, 경제성장률 가파른 상승  "눈에 띄네"
대전시, 경제성장률 가파른 상승 "눈에 띄네"

대전시는 지역 경제규모 및 경제성장률 증가세가 가파르다. 24일 대전시에 따르면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지역소득 잠정결과'를 보면, 지역내총생산(명목)은 54조 원으로 전국의 2.2% 차지했다. 2023년 지역내총생산은 지난해 대비 3.6% 성장했고, 이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이다. 2022년 11위에서 9단계나 상승한 결과다. 산업별 경제성장률을 살펴보면 건설업(16.3%)과 전문과학기술업(5.6%)은 증가하였으나, 도소매업(?0.4%)과 농림어업(?4.4%)은 감소했다. 소비 부문에서는 민간..

취약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11.55% 고공행진… 11년만에 최고 수준
취약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11.55% 고공행진… 11년만에 최고 수준

제때 빚을 못 갚는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이 1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최근 고금리 장기화와 내수부진으로 인해 위축된 소비심리가 자영업자들을 옥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이 올 3분기 말 기준 11.55%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31%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지난 2013년 3분기(12.02%)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다. 취약 자영업자란 3곳 이상의 금융권에서 빚을 낸 다중 채무자로 저소득 또는 저신용인 자영업자를 뜻한다. 특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즐거운 성탄절 즐거운 성탄절

  • ‘거긴 주차장이 아니에요’ ‘거긴 주차장이 아니에요’

  • ‘온누리에 축복을’ ‘온누리에 축복을’

  • 한파에 유등천 ‘꽁꽁’ 한파에 유등천 ‘꽁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