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음성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 꿈틀이 음성군청 앞에서 생활임금조례안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군의회가 주민발의 생활임금조례안을 부결시킨 데 이어 이에 항의한 시민들을 형사 고소하면서다.
음성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 꿈틀은 24일 음성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의회가 의회사무과장 명의로 시민들을 업무방해죄·감금죄·강요죄·퇴거불응죄 등으로 고소했다"며 즉각 취하를 요구했다.
이들은 "민주주의를 유린한 군의회가 이를 규탄하고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민주주의' 운운하며 사법적 보복을 가하는 행태를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전국 최초로 주민발의된 '음성군 생활임금조례안'은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2023년 3월부터 주민 청구 운동을 벌여 2356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해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자는 취지다.
군의회는 2023년 9월 조례안을 수리한 뒤 일곱 차례 심사를 거쳐 2024년 7월 제369회 1차 본회의에 상정했으나 찬성표가 과반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
부결 직후 약 15명의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본회의장에 들어가 항의하자 군의회는 "의회를 무시하는 행위"라며 형사 고소로 맞섰다.
시민사회단체는 "군의회가 조례안을 320일 동안 심사하면서 청구인들과 단 한 차례도 협의하지 않았다"며 "주민발안제 취지에 반하는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인 논의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윤준 상담실장은 "군의회와 집행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조례안을 손보고 있었고, 이미 그때부터 수정안이 제출됐다"며 "주민들을 배제한 채 집행부와 군의원들이 짬짬이 만든 조례를 스스로 부결시켰다"고 성토했다.
당시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은 연내 수정안을 발의하겠다고 약속했으나, 9월 의원간담회에서 조례 발의 여부를 집행부에 일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는 "군의회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충북본부 박옥주 본부장은 "음성군은 전국 기초 지자체 중 재정자립도가 22.96%로 서울과 경기 일부 기초 지자체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서울과 경기, 대전은 모든 기초 지자체가 생활임금 조례를 시행하고 있는데, 음성군이 이를 짓밟은 것은 군민의 삶을 외면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반면 김영호 의장은 "의회 점거는 정당화할 수 없다"며 "조례는 집행부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음성군은 생활임금조례 제정을 검토 중이다. 음성=홍주표 기자 321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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