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수 아우구스티노 천주교 대전교구장 주교 |
김종수 아우구스티노 천주교 대전교구장 주교가 25일 주님 성탄 대축일을 맞아 성탄축하메시지를 발표했다.
김 주교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당신 아들을 이 세상에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 탄생하게 하셨다”며 “인간의 지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놀라운 신비이고, 요한복음은 이 신비를 더욱 놀랍게 선언한다”고 말했다.
"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 그분께서는 한처음에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고 그 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요한 1,1-3.14)
김 주교는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로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천여 년 전에 태어나 그때부터 세상에 계신 분이 아니고 그 분은 태초에 세상이 창조되기 전부터 계셨던 분이시고, 세상 만물과 우리 인간도 말씀이신 그 분을 통해서 생겨났다”며 “하느님께서 말씀을 통하여 세상과 인간을 창조하셨고, 인간이 죄에 물들어 죽음에 이르자 그를 구원하시고자 말씀이 사람이 되게 하시어 이 세상에 파견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주교는 “구약성경 안에 펼쳐지는 구원의 역사는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시면서 시작된다”며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시며 하신 말씀, 곧 땅과 자손의 약속은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이스라엘이 이집트 노예 생활에서 극적으로 탈출하여 다윗 왕 때에 가나안 땅을 정복하면서 성취되는 듯 했지만 그 땅에서 이스라엘은 시간이 가면서 우상숭배를 일삼고, 권력자들과 부자들은 가난한 백성을 착취하면서 옛 이집트 땅에서의 비참한 생활을 다시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김 주교는 “이것은 하느님의 말씀을 거스르는 에덴동산의 역사를 반복하는 것이었다”며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추방되었듯이 이스라엘 백성들도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에서 살 자격을 잃었다”고 말했다. 김 주교는 “하느님께서는 많은 예언자를 보내 회개의 삶을 살도록 주님 말씀을 선포했으나, 이스라엘은 예언자들을 박해하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하면서 결국 유배를 떠나 이국땅에서 비참한 삶을 살게 된다”며 “그때서야 하느님께서 주신 땅에서 자신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무시하고 얼마나 잘못 살았는지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김 주교는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은 유배지에서 하느님의 율법을 철저히 준수하며 구원의 날을 기다린다”며 “하느님께서는 이미 그들에게 예언자들을 통하여 유배를 경고하실 때, 미래에 이루실 새로운 구원의 역사도 약속하셨다”고 말했다. 김 주교는 “이에 구약성경의 후반부로 갈수록 하느님이 친히 메시아를 보내 구원해 주시고 새로운 계약을 맺어주실 것까지 약속해 주신다”고 말했다. 또 “때가 차자 하느님께서 당신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보내셨다”며 “하느님께서는 인류 구원을 위한 이 엄청난 신비를 겸손하고 주님의 날을 기다리며 준비된 사람들에게 먼저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김 주교는 “즈카르야는 늙은 나이에 아이를 갖고, 그 아이 곧 세례자 요한이 장차 주님의 길을 예비할 것이라고 노래했다”며 “마리아는 처녀의 몸으로 하느님의 아들을 낳으리라는 천사의 말에 "예"라고 대답했고, 그녀의 남편 요셉 역시 이 일에 순명했다”고 전했다. 그는 “천사들에게 기쁜 소식을 들은 목동들은 말구유로 달려갔다”며 “아기 예수를 성전에 봉헌할 때, 시메온과 한나는 자신들이 기도하며 기다리던 희망이 이루어졌음을 알았다”고 말했다.
김 주교는 “그런데 이스라엘 밖에서도 주님의 탄생을 기다리던 이들이 있었으니 세 명의 동방박사들”이라며 “이들은 주님의 계시를 받고 그 별빛을 따라 예루살렘에 이르렀고, 별이 한 집 위에 멈추자 그들은 기뻐하며 들어가 구유에 태어나신 주님을 만나 뵙고 경배를 드리고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고 말했다. 김 주교는 “이들은 본래 태어나신 주님을 뵈온 뒤 헤로데 임금을 만나기로 했으나, 하느님의 지시에 따라 헤로데 임금을 만나지 않고 자기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김 주교는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동방박사들은 유다인이 아닌 이방인으로서 자기 지역의 임금들이었다고도 전해져 온다”며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는 온 인류를 구원하실 주님의 탄생을 이방 세계에도 계시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들은 하느님의 계시를 보고 먼 길을 걸었고, 주님의 말씀에 따라 발길을 돌렸다”며 “신앙생활은 이렇게 주님의 말씀을 듣고 걷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주교는 “임금들이라고 알려진 동방박사들은 자기 땅에서 얼마든지 풍요롭게 누리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에게는 모든 것을 버리고서라도 주님을 뵙는 것이 더 중요했기에 별빛을 따라 머나먼 길을 걸어, 기어코 주님을 만났다”며 “이들은 꿈속에서 헤로데를 만나러 가지 말라는 말씀을 듣고 그대로 따랐다”고 전했다. 김 주교는 “요셉도 세 차례 꿈속에서 천사의 말을 듣고 따르며 성가정을 보호했다”며 “일상생활에서 주님의 뜻을 들으려는 간절한 소망을 가지고 마음 한 켠을 비워두는 겸손하고 소박한 사람은 주님의 말씀을 듣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 마리아와 요셉과 목동들, 그리고 시메온과 한나가 그런 사람들이었다”며 “동방박사들도 세상의 영예와 권력을 따르지 않고 늘 주님을 뵙기를 원하며 살았기에 주님 탄생의 자리에 함께할 수 있었고, 이런 사람들에게 성경은 단순한 글자가 아니라 지금 나에게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음성이 된다”고 전했다.
김 주교는 “이들과 달리 예수님과 대적했던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스스로 하느님의 뜻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으로 꽉 차 있었다”며 “그래서 그들의 마음에는 더 이상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자리가 없었고, 하느님의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오셨는데 그 분을 맞이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김 주교는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의 탄생을 여러분과 함께 기뻐하고 마음을 다해 축하 인사드린다”며 “주님께서는 우리보다 우리에 대하여 더 잘 아시고,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아시고 늘 주실 준비를 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또 “오늘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기뻐하고 감사하는 신앙인은 주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다”며 “이천여 년 전에 성모님을 통해 이 세상에 오신 주님께서는 오늘도 우리 가운데 태어나시듯 우리를 만나주신다”고 말했다.
김 주교는 “여러분 모두 자비하신 주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도록 주님 앞에 머무시는 시간을 늘 가지시기를 빈다”고 전했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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