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종 충남고려인지원센터장(모스크바대 정치학 박사) |
올 해는 고려인 이주 160주년이 되는 해다. 1863년 초근목피 시절 조선인들이 처음으로 이주해 정착한 곳이 러시아의 연해주이다. 당시 한인 13가구 60여 명은 연해주 지신허 마을에 촌락을 이루었다. 러시아 측 공식기록은 1864년 9월 21일로 되어 있어 올 해가 고려인 이주 제160주년이다. 연해주로 이주한 조선인들은 스스로를 조선사람 또는, 고려사람으로 칭하고 러시아어로 '카레이츠'라 불렀다. 러시아 여행가 N.프르제발스키(1839~1888년)는 '그들은 만주와 연해주를 호령했던 조상들을 생각하며 민족과 역사의식이 높은 수준의 사람들'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고려인들은 일제강점기에 애국지사들과 함께 일본군에 맞서 치열하게 독립운동을 펼쳤고 1937년에는 스탈린의 강제 이주정책으로 중앙아시아로 이주를 당하는 수난의 후손들이다. 1991년 소련 붕괴로 또, 다시 유랑민이 되어버린 한 많은 민족이다. 중앙아시아의 고려인 조상들은 집단농장에서 초과 목표를 달성하며 우수한 노동력을 인정받았고 성실, 근면의 상징이 되었다. 고려인 출신 록그룹 키노(KINO) 리더싱어 빅토르 초이(1962~1990년)는 소련 개혁개방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소련 붕괴 후 고려인 출신 가수 아니타 초이, 하원의원 유리 텐(1951~2003년) 등은 포스트 소비에트 고려인들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한국에 심어 주었다. 특히, 고려인 3세 김 바칼추크(1975년, 여성)는 러시아에 쿠팡 격인 Wildberries(와일드베리) 최고경영자로 2024년 기준 10조 원의 재산을 보유한 러시아 갑부 순위 22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중앙아시아와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고려인 3, 4세들은 소비에트 카레이츠가 아니다. 이들은 M.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의 페레스트로이카 키즈로 자본주의 물결을 경험하고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뉴고려인, 뉴중앙아시아계 또는 러시아계 드리머들이다. 뉴고려인들은 K-캐피탈, K-컬처, K-뷰티, K-드라마 등을 보고 듣고 배운 평범한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외모가 우리와 똑같은 이주민이며 우리의 이웃이다. 특히, 문화예술과 스포츠 분야는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의 최고를 자랑했었다.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는 말이 있듯이 소연방이었던 러시아·중앙아시아 고려인들도 문화적 수준과 자존감은 매우 높다. 어느 나라 젊은 세대와 마찬가지로 뉴고려인들도 한민족에 대한 정체성은 희박하다. 이들은 러시아화와 중앙아시아 민족적 정서와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우리의 문화 수준을 강요하기보다는 K-컬처를 함께 만들어 가는 파트너십으로 성숙한 선주민들의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단순히 일자리를 채워 주는 관계가 아닌 우리 사회에 깊숙이 스며들어 주류사회에 일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러시아·중앙사시아와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뉴고려인들은 한국 토양에 어느 외국 이민자들보다 역사적, 정서적, 문화적, 언어적으로 연결성을 가지고 있는 최적화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가족 단위로 이주를 하며 대가족 형태를 이루며 교육열 또한 높다.
충남은 서산과 공주시 포함 9개 시·군에서 인구 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머지않아 220만 충남 시대가 막을 내릴 것이다. 이에 선제적 대응으로 적극적이고 과감한 이주민 정책을 앞세워야 한다. 충남도는 고려인들이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아산과 천안 지역에 관심을 갖고 정주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아직 시간은 있다.
권현종 충남고려인지원센터장(모스크바대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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