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균 3·8민주의거 기념사업회 후원회장 |
연말에는 가족, 친지, 각종 모임 등 회식 자리가 많아지고 건배를 하게 된다. 요즘엔 건배사도 많다. 건강을 기원하거나,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반성과 회고를 하거나, 새해의 희망과 할 일에 대한 다짐을 하면서 가정의 평안을 비는 내용이 보통이다. 가끔은 웃음을 주는 건배사도 있다.
회식자리에는 출입문이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곳에 주최자(또는 모임의 주인공이 되는 사람)가 앉고, 주최자의 오른쪽에 초대받은 사람 중 제일 연장자나 존중되는 사람, 즉 주빈이 앉고, 왼쪽에 그 다음 주빈이 앉게 된다.
음식이 나오면 주최자나 주빈이 먼저 떠서 먹은 다음 다 같이 음식을 먹게 되는데, 그때 먼저 건배를 하게 된다. 건배를 할 때는 주최자가 먼저 하는데 초대한 이유와 덕담을 담은 건배사로 잔을 들어 건배를 제의한다. 이때 잔은 연령이 많은 사람보다 연령이 낮은 사람이 낮게 잔을 들어 존경의 뜻을 나타낸다. 잔을 부딪칠 때도 연령이 낮은 사람이 연령이 많은 사람의 잔 아래쪽에 부딪치는 것이 예의다.
술에 따라 알코올의 도수가 다르지만 우리가 많이 마시는 소주의 도수는 17도쯤 되고, 물은 도수가 없는 영도이다. 영도(零度)는 도수를 셈하는 기점이 되는 자리이고, 같은 발음인 영도(領導)는 앞에서서 가르쳐 이끎을 나타내는 말이다. 두 글자는 발음이 같아서 끝에 자(者)를 붙여서 영도자(零導者)를 위한 건배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술을 마시지 않고 물로 건배를 하는 사람을 위로하거나 또는 다음에는 술잔으로 같이 건배를 하자는 응원인 듯하다.
건배를 할 때는 건배를 제의한 자가 '건배'라고 했을 때, 나도 '건배(乾杯)'라고 하며 잔을 비워야 한다. 그러나 잔을 비우지 않고 반만 마시려면 '반배(半杯)'라고 하고 마셔야 하고, 조금씩 내 마음대로 마시겠다고 하면 '수의배(隨意杯)'라고 하고 마시는 것을 술을 마시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예의이다. 건배를 하고 술잔을 비우지 않는 것은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을 나타내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
금년 연말에도 남아있는 회식자리가 있는데 건배는 빠지지 않고 할 것이다. 금년의 마지막 건배는 우리에게 물 먹이려는, 그래서 물 잔을 든 영도자(零導者)가 아닌 마음속으로 수용하고 존경하며 인정하면서 진정함과 따뜻함이 있는 진실한 영도자(領導者)를 찾아서, 그를 위해서 건배를 한번 하고 싶다. "우리의 영도자(領導者)를 위하여 건배(乾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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