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철 변호사 |
아우슈비츠행 열차에 실려 온 유대인들 중에는 프랭클 박사와 같은 지식인도 있었고 부유한 기업인도 명망가들도 있었다. 하지만 수용소에 도착하자마자 열차에 탔던 90%의 사람들은 곧바로 가스실로 끌려가 죽음을 맞게 되고 그나마 노동력이 있어 보이는 나머지 사람들은 짐승처럼 온몸이 벌거벗겨진 채 털이 깎이고 이름이 아닌 수감 번호로 불리며 나치에 의해 강제노역과 폭력에 시달리게 된다. 그리고 발 하나 뻗기도 힘든 비좁은 가축우리 같은 수용소에 우겨 넣어져서 추위와 굶주림에 고통 받으면서도 하루 한 번 배급되는 한 줌의 빵과 묽은 수프로 연명한다. 그런 와중에도 다른 사람들보다 건강하게 보여서 가스실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매일 깨진 유리로 면도를 하기도 하고 혈색 좋게 보이려 노력하며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을 위해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의 문제에만 집중하게 된다.
저자는 인간 이하의 생활을 해야 하는 수용소에서도 사람들을 사람답게 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관찰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두 가지를 발견했다.
첫째로 인간은 고통을 가져다주는 외부 상황을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그 고통에 맞서는 자신의 태도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수용소에는 자신의 생존만을 위해 이기적으로 굴고 유대인이면서도 나치의 앞잡이가 되어 다른 사람을 가스실로 보내는 사악한 이들도 있었지만, 반대로 자신이 배급받은 빵을 나눠주면서까지 자신보다 더 고통에 처한 동료를 돕는 고귀한 사람들도 있었다. 똑같은 인간 이하의 환경을 겪으면서도 인간답기를 포기하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내면의 두 개의 잠재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그중 어떤 것을 취하느냐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그 사람의 의지에 달려 있다.
둘째로 모든 시련 속에는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항상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지만, 저자는 그런 질문들은 전혀 의미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하며 오히려 삶이 매 순간 우리에게 던지는 이 질문들에 답해야 하고, 자신 앞에 과제처럼 놓인 시련에 대한 책임을 떠안는 것이 바로 삶이라고 말한다.
수용소에 갇힌 프랭클 박사에게 삶이란 뭔가 거창하고 원대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확보하고 시련을 주는 외부 환경에 맞서 인간답게 살아 갈 자유를 찾아가는 구체적이고도 확실한 투쟁이었으리라. 그래서 프랭클 박사는 삶은 막연한 것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것이며, 삶이 우리에게 던져준 과제를 통해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운명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어느 누구도 그를 시련으로부터 구해낼 수 없고, 대신 고통을 짊어질 수도 없다면, 그가 자신의 짐을 짊어지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그에게만 주어진 독자적인 기회이다.
인간은 아우슈비츠의 가스실을 만든 존재이기도 하고, 의연하게 가스실에 들어가며 주기도문을 외울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삶이 우리에게 무엇을 줄지를 기대하지 말고 우리가 삶의 과제들을 어떻게 책임져 나갈지 고민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빅터 프랭클 박사가 엄청난 희생을 동반한 인류 최대의 비극을 통해 발견한 고귀한 가르침이다.
한해를 정리하며 다람쥐 쳇바퀴를 돌리듯 분주히 살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을 선물로 건네며 '성공이나 행복을 목표로 삼고 애쓰지 마라. 그것은 찾아오는 것이다'라는 책속에 있는 말로 덕담을 해주신 같은 법인의 선배 변호사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신동철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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