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상황이 바뀌긴 했으나 권한대행이 현상유지적 권한만 행사하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하지는 않다. 하지만 야당 협조가 절대적인 국정 안정이 못내 걸린다. 야당 입장에서도 '내란·김건희 특검법'과 성격이 다른 만큼 탄핵 아닌 제3의 길을 찾아봐야 한다. 쌀 의무 매입과 농산물 기준가 이하 차액 보전 등은 좋은 명분에도 쌀 과잉 생산 고착화와 쌀 시장 왜곡 등 부작용까지 내포한 것 또한 사실이다.
농업·농촌을 위했을지라도 입법모순을 남긴 법안은 언젠가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나한테 탄핵은 중요하지 않다"고 작정한 사람에게 '한덕수 길들이기'가 얼마나 의미 있겠나. 한 대행으로선 중대 정치적 결단을 한 셈이지만 거부권과 탄핵 카드 모두에 피로감이 쌓인 국민 눈높이에선 개인의 차원이 아니다. 이 사안에서의 핵심은 쌀값,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을 재정 부담만으론 못 푼다는 점이다. 농업 관련 다른 법들도 마찬가지다. 직접 충돌은 피하고 법안을 더 숙고할 겸 한발씩 물러나는 구도로 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된 이상, 최소한 농업 4법에 대해선 진료지원(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업무범위 등에 관한 이견을 반영한 간호법 수정안의 선례를 되짚어보면 유용할 수 있다. 거부권 행사 뒤 문제조항을 뺀 수정안을 여야 합의로 만들라고 우리는 권한다. 이 와중에 몽니나 힘으로 밀어붙인다면 공감을 얻기 어렵다. 정부가 다시 의견을 제시하고 대화해야 한다. 여야 합의로 보완된 개정안을 다시 통과시킨 '간호법 모델'은 꼭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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