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정 대전이문고등학교 교사 |
UN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발간한 '북한 인권상황 보고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북한은 끔찍한 인권 유린이 자행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국가다. 표현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자유를 박탈당한 북한 주민들은 21세기 노예의 삶을 살고 있다.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지금, 노예 해방에 대한 윌버포스의 신념과 양심적 행동은 북한 주민의 해방과 자유 민주주의 통일을 이루어야 할 대한민국에 반드시 필요한 가치다.
'윌버포스 인권 프로젝트'는 인류 보편적인 가치인 '인권'을 주제로 UN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북한 인권상황 보고서'와 같은 공신력 있는 자료와 인권 도서를 주제 통합적으로 읽고, 이를 바탕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탐구하고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프로그램이다. 영국 노예제도 폐지의 선구자 윌리엄 윌버포스의 정신을 계승한 '윌버포스 인권 프로젝트'는 '윌버포스 인권 서포터즈'가 중심이 되어 추진한다. 국어교사와 2~3학년 학생들로 구성된 사제동행 '윌버포스 인권 서포터즈'는 북한 인권과 탈북민의 현실을 그려낸 10권의 도서를 인권 도서로 선정해 아침 독서 시간을 활용해 릴레이 독서 활동을 전개하고, 사제동행 독서 활동을 바탕으로 '윌버포스 타임스'를 발행한다. 또한 북한 인권 도서를 소개하는 카드뉴스와 탈북 시인의 작품을 소개하는 시화를 제작 및 전시하고, 탈북 작가와 함께하는 '인권 북 콘서트-인권을 바라봄·자유를 바라봄'을 운영하고 있다.
국어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인권 도서를 읽고 생각을 나누는 독서 릴레이는 '이지성의 1만 킬로미터'(이지성 저)에서 영감을 얻어 '1만 킬로 북클럽'으로 명명했다. 하버드 교육대학원 AOCC 행사에 초청받을 정도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지성의 1만 킬로미터'는 '윌버포스 인권 서포터즈'가 선정한 최고의 인권 도서다. 한쪽 발목이 잘린 채 들것에 실려 중국 국경을 넘는 50대 여성, 조선족 인신매매단에 속아 성노예로 팔려나간 열아홉 살 엄마와 탯줄도 떨어지지 않은 아기, 중국 공안과 북한 보위국의 추격, 돈에 눈이 먼 브로커 등 북한 인권과 탈북민의 현실을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거짓과 과장을 보태지 않고 그려냈다.
탈북 작가들의 시선집(詩選集) '엄마 발 내 발'(김성민 외 공저) 역시 '1만 킬로 북클럽'이 사랑한 도서다. '엄마 발 내 발'을 읽고 탈북 시인의 시를 작가 의식을 중심으로 감상하는 하브루타 활동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모둠별로 선정한 탈북 시인의 시에서 인상적인 표현을 찾고, 시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해결 방안을 토의하고 발표했다. 교사는 학생들이 의견을 충분히 나누도록 유도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조율하는 진행자 역할을 했다. '엄마 발 내 발'에 수록된 시 중 10편을 선정해 시화로 제작하고 전시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는데, 북한인권시민연합의 도움으로 강춘혁 탈북 화가의 작품을 대여해 함께 전시할 수 있었다.
나는 윌버포스의 생애를 생각할 때마다 많은 도전을 받는다. 주목할 점은 윌버포스는 자신이 살았던 당대에 원하는 결과를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윌버포스의 신념과 양심적 행동이 영국 노예제 폐지의 초석이 됐음을 증거한다. 비록 더디고 힘든 일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달려가는 한 사람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되면서 '윌버포스 인권 프로젝트'의 비전은 선한 영향력을 통한 '한 사람'의 변화가 되었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고민하는 교사와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독서로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충전하고, 세상을 바꾼 지도자의 헌신을 본받아 사제동행의 작은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교사와 학생의 연결 짓기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마주하는 경험, 그러한 배움과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사제동행의 힘이 아닐까? 이혜정 대전이문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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