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치 교수는 미국 사회를 예로 들면서 "불평등으로 부자는 갈수록 부자가 되고, 부자 중에서도 최상층은 더욱 큰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갈수록 가난해지고, 그 수가 더욱 많아지며, 중산층은 공동화되고 있다"고 진단하였습니다.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평등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시장의 힘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대안을 제시하면서, 미국의 미래는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도 있고, '격차가 줄어든 사회'가 될 수도 있지만 격차가 줄어든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두가 운명공동체라는 가치를 인식하고, 기회와 공평성에 대한 사회적 약속이 유지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해답이 상당히 추상적인 담론에 그치고 있습니다.
마이클 샌델은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분배 정의와 공동선의 연관성을 강조하면서, 정의는 올바른 분배만의 문제가 아니고, 올바른 가치 측정의 문제라고 하였지요.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삶이 점점 더 괴리되는 것은 문제이기 때문에, 경제적·산술적 분배만이 아니라 부자와 가난한 사람 간의 공동체 의식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저는 마이클 샌델이 제시한 해법의 방향을 수용하면서, 저의 행정 경험상 실질적으로 불평등을 일부나마 해소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 보고 싶습니다.
마이클 샌델도 얘기한 것처럼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 간의 공동 운명체라는 의식을 갖게 하는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정부는 공공시설이나 공공서비스를 고급화하여 확대 공급하는 것이 가장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입니다. 공공시설이나 공공서비스는 부자나 가난한 사람들이 다 같이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 수단을 고급화하고 노선이나 요금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한다면, 서민들이 이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류층 통근자를 대중교통에 끌어들이는 효과도 있을 것입니다. 정부가 동네마다 있는 각종 생활 체육 시설을 고급화한다면 굳이 부자들이 고급 헬스클럽을 이용하지 않고 정부나 지자체에서 제공한 시설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가 종합병원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서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작은 보건소들을 내실화하고 확충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동네마다 쌈지 공원을 만들어 쉬게 하고, 산이나 하천, 그리고 공공시설 인근에 산책길을 만들어 손쉽고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도서관이나 문화센터의 확충도 같은 원리입니다.
일상과 밀접히 관련 있는 공공시설, 위에서도 얘기한 것처럼 버스, 생활 체육시설, 보건소, 도서관, 문화센터, 공원, 산책길 등을 고급화하고, 무료 내지는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면 이것이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실질적으로 분배의 효과를 얻는 것이고, 부자들도 이용하게 되어,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마주칠 기회가 확대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공동체적 연대를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공공시설을 확충하여 다양한 계층을 함께 이용하여 계층의 벽을 허물고 소통의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실질적인 분배이고, 이것이 바로 불평등의 일부를 해소하는 방안이며, 이것이 바로 사회통합의 길입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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