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異種) 분야와 결합한 우주항공 클러스터 개념은 사실 대전시가 그리려는 산업지도의 모습이다. 지역별 특장점에서 자신 있다는 뜻이다. 효율적인 산업 발전 방안을 찾는다는 정부 구상과 대전시 전략은 대체로 일치한다. 로봇공학과 인공지능(AI) 등에서의 강점 또한 지역 특성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 최근 방산 협력을 위해 손잡은 대한항공 항공기술연구원, 충북 진천 소재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과도 공조의 길은 활짝 열려 있다.
80여 개의 우주 관련 기업이 집중된 대전시는 '융복합'에 상당 부분 특화돼 있다. 우주 산업, 항공산업, 방위산업을 아우르고 강화할 역량이 충분하다. 출범식에서 강조된 '뉴 에어로스페이스' 시대를 선도할 웬만한 '가성비'는 구비한 셈이다. 다만 정부가 마중물 투자를 해야 하는데, 미국의 0.86%까지 내려가는 한국 우주 예산으론 너무 빈약하다. 민간 우주기업이 벤처캐피털 등을 통한 자금 조달 능력까지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주항공 분야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면서 '시장 실패'(시장 자율에 맡겨두면 자원 배분이 효율적이지 않은 경우) 산업군으로 종종 묶인다는 점은 한계일 것이다.
대전 유치 실패가 가끔 곱씹어지는 우주항공청의 설립 목적 하나가 우주항공 분야의 산업화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 창출을 목표로 기존의 민군기술협력법 등을 포함한 법·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그 전에 대전시의회 지역현안규제혁신특별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우주항공 분야 규제 혁신 방안을 찾는 노력이 가미돼야 한다. 우주경제는 빠른 속도로 진화한다. 우주강국 도약의 국가적 중심지로서 비즈니스 전략까지 가다듬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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