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주 경제부장 |
불행하게도 2024년 12월 3일, 우리는 45년만 또다시 계엄사태를 맞았다. 절대 경험하지 않아도 될 계엄을 대한민국 모든 세대가 겪은 날로 기억된다. 이날 밤 10시 30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는 계엄군에 의해 봉쇄됐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는 장갑차와 헬기가 등장해 국민을 충격과 공포에 떨게 했다. 시민들은 계엄군과 엉키며 긴박한 상황을 연출했다. 방송사들은 뉴스특보 체제로 돌입해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송출했다. 이를 보며 광주의 기억이 되살아나 두려움이 엄습했다. 다행히 계엄선포 사태는 2시간 만에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로 해제됐다.
한밤의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4일 새벽 계엄 해제를 선언하며 마무리됐다. 하지만 여파는 심각하다.
특히 한국 경제는 대혼란을 맞았다. 환율은 급등하고 주가는 하락하는 등 자산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코스피는 9일 2360.58로 2023년 11월 3일(2351.83)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은 627.01로 4년 7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원달러 환율은 1437.0원에 마감하며 2년 1개월 만의 최고치를 나타냈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1400대를 넘어 1440원을 위협하는 등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불안은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은 내년 전망을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고,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국제통화기금(IMF)도 각각 2.3%, 2.2% 전망에서 2.0%로 낮췄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더욱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씨티은행은 한 달 전 1.8%보다 0.2%포인트 낮춘 1.6%로 제시했고, 다른 IB들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을 1.8%로 예측했다.
특히 국가신용등급을 비롯한 대외 신인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이 계엄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한국 경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전망을 내놓았다. 무디스는 최근 "정치적 긴장이 고조돼 조업 중단 등 경제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상황이 장기화하면 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계도 이러한 불확실성을 우려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경제 4단체 대표들은 17일 국회에서 우원식 의장과 경제계 비상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최태원 회장은 "비즈니스는 어떤 상황에서도 멈출 수 없다. 경제에 있어 가장 큰 공포는 불확실성"이라며 "최근 상황을 보면 대외 국가신용등급이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했다.
이번 계엄사태는 경제는 물론 전 분야에서 깊은 상처를 남겼다. 20여 년 전 광주에서의 받은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듯, 향후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후유증으로 나타날 것이다. 여야는 욕심을 채우기 위해 주판알을 튕길 때가 아니다. 서로 간 협력을 통해 무너진 민심과 경제를 회복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돌아가는 민생 추(錘)는 한 곳으로 기울지 않았다. 정치권 모두가 이번 사태가 대한민국 역사에서 어떻게 기록될지 부담을 갖고 민생 안정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후유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박병주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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