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결론은 11월 28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교과용 도서(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한다는 개정안이 통과하기 전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교과서 지위로 개발 검증돼 준비해 왔던 교육부로서는 허탈한 일이다. 지금의 혼란스러움보다 본질적인 사안이 있다. 효과 있고 의미 있는 학습 경험으로 교육의 질을 한 단계 높여야 할 진짜 계획이 뒤로 밀려나 있었다는 점이다.
단편적으로 보면 교육 공약에 집착해 서두른 결과가 지향점까지 잃게 한 측면이 있다.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전환점에 맞춰 '잠자는 교실'을 깨운다는 의욕이 다소 앞섰던 건 사실이다. 디지털 과의존이나 학생 문해력 저하 대책 역시 부족했다. 교육 효과 검증 미비를 포함해 교원 연수 참가 교사의 94%가 반대한 이유까지 곱씹어봐야 한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단계적 도입과 속도 조절을 건의한 이유도 다르지 않다. 도입·안착에는 사회적 동의도 필요하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이대로 실시할 때도 문제다. '교육자료'부터 선택적으로 시작하면 한동안 교육격차의 새로운 도구가 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인공지능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검정 공고를 낸 시점이 작년 8월이다. 교과서 선정이나 활용 연수를 거쳐 내년 신학기 학교 현장에 적용하기엔 어차피 무리가 있었다. 단순히 종이책을 버리는 게 아닌 교육 시스템의 일대 전환이 동반되는 일 아닌가. 이렇게 된 이상, 학습효과 불확실 등 반대 여론도 경청하면서 'AI 교과서'가 되기 위한 더 충분한 준비를 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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