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新집결지, 성 상품화 버젓이
(중) 디지털 성착취 표적은 청소년
(하) 성매매방지법 20년 오늘과내일
'문제는 그 세계가 존재하느냐 안 하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우리가 보느냐 안 보느냐이다' 2004년 3월 성매매 방지법 시행을 계기로 집결지 해체에 쉼 없이 달려온 대전은 2024년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새로운 집결지에는 행정력이 닿지 않고, 온라인으로 옮겨간 성매매에 대응할 의지가 있느냐 질문이 나오고 있다. 3회에 걸쳐 여전히 성을 상품화하는 현장을 고발하고 여성청소년 보호방안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대전 대덕구 신탄진역 맞은편 유흥가에 '아가씨'로 표현된 성을 상품화한 간판이 내걸려 있고, 그 앞을 학생들이 통학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최근 이틀간 낮과 밤에 연속해 찾은 신탄진역 앞 유흥가는 과거 유천동 집결지를 옮겨 놓은 것처럼 화려한 네온사인에 '노래궁', '주점', '성인PC방', '다방' 등의 유흥 관련 시설이 골목에 빼곡했다. 노래방이나 주점 형태의 업소는 간판에 '아가씨 포함' 또는 '아가씨 미포함'이라는 문구를 빼놓지 않고 표출하고 있는데 '맥주 무제한 + 안주 + 아가씨 포함'이라고 쓰고 가격도 몇만 원인지 구체적으로 표기해 성을 상품처럼 광고하는 것이다. 더욱이, 업소마다 광고하는 금액과 서비스가 일치해 업주들로 구성된 단체가 뒤에서 조율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여성인권지원상담소 느티나무 손정아 소장은 "업소를 홍보하는 간판에 여성 호칭을 넣고 마치 돈을 주고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하는 행위는 성에 대한 폭력적 인식을 드러내는 것이고 해당 지역에 이러한 인식이 얼마나 팽배한 지 걱정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가 현장에 머무는 동안 점심시간을 앞두고 인근 신탄진고 학생들이 편의점을 찾아 이곳 골목을 지나갔고, 오후가 되자 대청중학교와 석봉초등학교 학생들도 아파트단지까지 가로지르는 통학로로 이곳을 오가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어떤 여학생들은 밤에 골목을 지날 때 승합차를 타고내리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게 기자의 귀에도 들릴 정도였다. 여성들의 탈성매매를 돕는 느티나무가 대전 성매매 의심업소를 조사해 집계한 통계에서도 신탄진동은 2013년 일해 유흥주점과 숙박업소 숫자가 거의 변화 없는 대전서 유일한 곳이다. 유성구 봉명동에서 유흥·단란주점이 2013년 총 195곳에서 2024년 98곳으로 감소하고 동구 용전동 역시 45곳에서 12곳으로 급감한 것과 반대로 신탄진동은 2013년 50곳에서 2024년 47곳으로 유흥·단란주점이 성업 중이다.
대덕구청과 대덕경찰서는 여성접객원 고용 여부는 점검하고 있으나, 문제의 간판과 학생들의 통학 문제 그리고 일명 보도방 형태의 출장 접객원에 대해서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덕구 석봉동에서 청소년 권익활동 중인 우희정 대전희망유스나래 대표는 "신탄진동 유흥골목은 학생들의 주요 통학로여서 청소년 아웃리치활동시 주의해서 관찰하는 지점"이라며 "주택과 학교, 유흥업소가 뒤섞인 장소에서 입간판 정비 등의 청소년 보호활동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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