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는 폭력, 대전 현주소는] '아가씨 포함?' 낯붉히는 유흥가, 낮에는 학생 통학로

[성매매는 폭력, 대전 현주소는] '아가씨 포함?' 낯붉히는 유흥가, 낮에는 학생 통학로

  • 승인 2024-12-17 17:30
  • 수정 2024-12-17 21:23
  • 신문게재 2024-12-18 1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성매매는 폭력, 대전 현주소는]

(상) 新집결지, 성 상품화 버젓이

(중) 디지털 성착취 표적은 청소년

(하) 성매매방지법 20년 오늘과내일





'문제는 그 세계가 존재하느냐 안 하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우리가 보느냐 안 보느냐이다' 2004년 3월 성매매 방지법 시행을 계기로 집결지 해체에 쉼 없이 달려온 대전은 2024년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새로운 집결지에는 행정력이 닿지 않고, 온라인으로 옮겨간 성매매에 대응할 의지가 있느냐 질문이 나오고 있다. 3회에 걸쳐 여전히 성을 상품화하는 현장을 고발하고 여성청소년 보호방안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IMG_2063_edited
대전 대덕구 신탄진역 맞은편 유흥가에 '아가씨'로 표현된 성을 상품화한 간판이 내걸려 있고, 그 앞을 학생들이 통학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대전 대덕구 신탄진동 신탄진역 앞 학교 통학로가 대전에서 눈살찌푸리는 유흥가로 변질되고 있다. '안주 무제한+아가씨 포함'이라고 성을 상품화하는 문구를 새긴 업소가 한두 곳이 아닌데다가 밤이면 LED전광판에 여성이 춤을 추는 영상을 띄우고 호객을 벌이고 있다. 신탄진동 학생들이 이곳을 걸어서 통과해 학교와 집을 오가는데 잘못된 성문화에 젖어 들까 우려된다.

최근 이틀간 낮과 밤에 연속해 찾은 신탄진역 앞 유흥가는 과거 유천동 집결지를 옮겨 놓은 것처럼 화려한 네온사인에 '노래궁', '주점', '성인PC방', '다방' 등의 유흥 관련 시설이 골목에 빼곡했다. 노래방이나 주점 형태의 업소는 간판에 '아가씨 포함' 또는 '아가씨 미포함'이라는 문구를 빼놓지 않고 표출하고 있는데 '맥주 무제한 + 안주 + 아가씨 포함'이라고 쓰고 가격도 몇만 원인지 구체적으로 표기해 성을 상품처럼 광고하는 것이다. 더욱이, 업소마다 광고하는 금액과 서비스가 일치해 업주들로 구성된 단체가 뒤에서 조율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여성인권지원상담소 느티나무 손정아 소장은 "업소를 홍보하는 간판에 여성 호칭을 넣고 마치 돈을 주고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하는 행위는 성에 대한 폭력적 인식을 드러내는 것이고 해당 지역에 이러한 인식이 얼마나 팽배한 지 걱정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가 현장에 머무는 동안 점심시간을 앞두고 인근 신탄진고 학생들이 편의점을 찾아 이곳 골목을 지나갔고, 오후가 되자 대청중학교와 석봉초등학교 학생들도 아파트단지까지 가로지르는 통학로로 이곳을 오가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어떤 여학생들은 밤에 골목을 지날 때 승합차를 타고내리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게 기자의 귀에도 들릴 정도였다. 여성들의 탈성매매를 돕는 느티나무가 대전 성매매 의심업소를 조사해 집계한 통계에서도 신탄진동은 2013년 비해 유흥주점과 숙박업소 숫자가 거의 변화 없는 대전서 유일한 곳이다. 유성구 봉명동에서 유흥·단란주점이 2013년 총 195곳에서 2024년 98곳으로 감소하고 동구 용전동 역시 45곳에서 12곳으로 급감한 것과 반대로 신탄진동은 2013년 50곳에서 2024년 47곳으로 유흥·단란주점이 성업 중이다.

대덕구청과 대덕경찰서는 여성접객원 고용 여부는 점검하고 있으나, 문제의 간판과 학생들의 통학 문제 그리고 일명 보도방 형태의 출장 접객원에 대해서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덕구 석봉동에서 청소년 권익활동 중인 우희정 대전희망유스나래 대표는 "신탄진동 유흥골목은 학생들의 주요 통학로여서 청소년 아웃리치활동시 주의해서 관찰하는 지점"이라며 "주택과 학교, 유흥업소가 뒤섞인 장소에서 입간판 정비 등의 청소년 보호활동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둔산 리빌딩’…대전 둔산 1·2지구, 재건축 움직임 본격 시동
  2. 29일 대전 유성구 일대 정전…엘리베이터 갇힘 등 신고 24건
  3. 대전 치매환자 등록률 46% 전국광역시 '최저'…돌봄부담 여전히 가족에게
  4. 중진공 충남청창사 15기 입교 오리엔테이션 개최
  5. 천안시, 석오 이동녕 선생 미공개 친필자료 담은 전자책 발간
  1. 천안문화재단, 천안예술의전당 전시실 대관 공모 신청 접수
  2. 천안고용노동청, 청년 취업지원 활성화를 위해 10개 대학과 업무협약
  3. 천안시도서관본부, '제61회 도서관 주간' 맞아 다채로운 행사 풍성
  4. '산불 복구비 108억, 회복은 최소 20년'…대전·홍성 2년째 복구작업
  5. 아이 받아줄 사람 없어 '자율 귀가'… 맞벌이 학부모 딜레마

헤드라인 뉴스


`산불 복구비 108억, 회복은 최소 20년`…대전·홍성 2년째 복구작업

'산불 복구비 108억, 회복은 최소 20년'…대전·홍성 2년째 복구작업

2023년 대형산불 발생에 대전과 충남 홍성에서 2년째 복구작업 중으로 이들 지역 산림 복구비용만 총 108억 원가량 투입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많은 복구비뿐 아니라 불에 탄 산림과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만 20년 이상이 걸리지만, 최근 10년간 충청권에서 발생한 산불 원인은 입산자의 부주의로 인한 '실화'가 가장 많았다. 30일 중도일보 취재 결과, 2023년 4월 대전 서구 산직동 산불로 당시 축구장 약 800개 면적과 맞먹는 646㏊의 숲이 불에 탔다. 나무를 심어 숲을 복원하는 조림 등 인공복구가 필요한 37㏊에 대해 대전시와..

제4인터넷은행 탄생하나 대전 시선 집중
제4인터넷은행 탄생하나 대전 시선 집중

대전에 본사를 두기로 대전시와 협약을 맺은 한국소호은행(KSB)이 제4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하면서 '대전에 본사를 둔 기업금융 중심 은행 설립'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위원회는 지난 25~26일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서를 제출한 4개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심사에 착수한다. 민간 외부평가위원회 심사를 비롯해 금융감독원의 심사를 거쳐 오는 6월 중 인터넷은행의 예비인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 인가전에 뛰어든 곳은 '한국소호은행'을 비롯해 '소소뱅크', '포도뱅크', 'AM..

4월부터 우유, 맥주, 라면 등 `줄인상`
4월부터 우유, 맥주, 라면 등 '줄인상'

4월 1일부터 우유와 맥주, 라면, 버거 등의 가격이 동시에 인상된다. 올해 이미 커피와 과자, 아이스크림 등이 오른 상태에서 다수 품목이 연이어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하면서 소비자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4월부터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맥주와 라면 등의 가격이 줄인상 된다. 우선 편의점에서는 4월 1일 오비맥주와 오뚜기 라면·카레,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남양유업 음료, 롯데웰푸드 소시지 등의 가격이 오른다. 가정용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한 오비맥주 카스는 병과 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꽃샘추위 이겨낸 야구 열기…한화생명 볼파크 세 번째 매진 꽃샘추위 이겨낸 야구 열기…한화생명 볼파크 세 번째 매진

  • ‘어떤 나무를 심을까?’ ‘어떤 나무를 심을까?’

  • 시와 음악을 동시에 즐긴다…‘명시명곡 속 대전’ 개최 시와 음악을 동시에 즐긴다…‘명시명곡 속 대전’ 개최

  • 한화이글스 홈 개막전…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첫 매진 한화이글스 홈 개막전…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첫 매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