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인호 대표 |
이와 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밤하늘을 가득 밝혔던 형형색색의 응원봉과 1020여성들의 참여였다. 새로운 집회 문화, 신(新)민중가요가 된 KPOP 플레이리스트와 함께 거리로 쏟아져 나온 여성들은 집회 참여 구성원의 핵심층을 이루었다. 언론은 앞다투어 여성들의 참여에 신기함과 놀라움을 표현했지만, 사실 여성은 언제나 집회의 현장에 있었다. 2016년 박근혜 탄핵의 목소리는 이화여대 학생들의 시위로부터 확대되었다. 이때 현장에 울려 퍼진 노래가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였다.
여성들은 이후로도 2016년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추모 집회, 2018년 혜화역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 2019년 혜화역 약물카르텔 규탄 시위, 2019년 신논현 버닝썬 규탄 시위 등 여성들의 연대를 만들어 갔다. 이러한 연대에 대형기획사에 대한 횡포에 반대하고 아티스트를 지키는 KPOP팬덤이 결합하면서 특유의 집회 문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국가권력과 가부장제의 폭력에 대항해 왔던 이들에게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저질러진 공권력의 폭력적인 진압은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이번 집회에서 나온 외침은 탄핵만은 아니었다. 다양한 집회의 현장에서 여성, 장애인, 소수자, 동물의 권리에 대한 외침이 있었다. 무엇보다 이 기회에 사회의 구조와 시스템 자체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87년 체제를 넘어 새로운 정치 질서를 만들기 위한 개헌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극한 대립의 갈등과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가 비상계엄 사태 속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제 탄핵을 넘어 새로운 변화를 이야기해야 한다.
'특별한 기적을 기다리지마, 눈 앞에선 우리의 거친 길은 알 수 없는 미래와 벽바꾸지 않아, 포기할 수 없어 (중략) 수많은 알 수 없는 길 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언제까지라도 함께 하는 거야 다시 만난 나의 세계.'
'다시 만난 세계'의 가사 속에 화자는 '거친 길'과 '알 수 없는 미래와 벽'을 마주하지만 '희미한 빛'을 쫓아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 우리가 다시 만날 대전은 어떤 희미한 빛과 새로운 세계가 될까.
/권인호 스페이스해킹 대표·대전공동체운동연합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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