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들 ‘기획 판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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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들 ‘기획 판화전’

송미경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 승인 2024-12-16 17:47
  • 신문게재 2024-12-17 19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50-기획판화전 리플릿, 1978
《기획판화전》 리플릿, 1978 (이미지: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1978년 5월 17일부터 21일까지 대전문화원화랑에서 《기획 판화전》이 개최됐다. 송진섭, 유근영, 유병호, 이윤구, 이종협, 정장직, 홍명섭이 참가한 이 전시의 서문에는 "모든 존재자와의 상관(相關)이 이룩하는 제반의 현상 그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다"라는 철학적 제언으로 시작해 "그러나 개별적인 관계는 제각기의 모습으로 체험의 장을 열게 될 것이므로 저마다 체득된 관계방식의 연출을 하게되는 것이다"라며 "이에 서로의 체험이 가장 투명한 연출로 환원되어 지도록 하는 수단으로써 존재하는 자(者) 즉 판화와, 관계방식의 설정자로서의 판화를 의도적으로 만나, 관계방식을 확장하게 되는 현장이 되길 도모하며, 여기 기획전을 마련한다."라는 미학적 성찰의 의미를 담아 예술적 실천의지를 표명했다.

1970년대 판화는 현대미술의 매체로 인식되면서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작업을 하기 시작했고, 전시도 증가했다. 1970년 24개국 116명이 참가하는 국내 최초의 비엔날레인 〈서울국제판화비엔날레〉―처음 시작은 <동아국제판화비엔날레>로, 제3회부터 이 명칭을 사용―가 창설되며 판화는 한국현대미술의 국제화를 주도하는 중심으로 부각했고, 판화를 통해 조형세계를 확장하고자 하는 작가들이 늘어나며 판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 해외에서 체계적으로 판화를 공부한 전문판화가도 등장했으며, 대학에서는 판화를 가르치며 예술의 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었다.

이러한 시기에 전위적인 예술정신으로 새로운 미술형식과 실험적인 방법을 모색하던 이들은 판화의 다양한 판법과 특유의 표현성을 매체 확장에 적극적으로 수용해 대전지역 최초로 기록되는 판화 전시를 개최했다. 대전·충남 출신 작가 7인으로 구성된 이 전시는 당시 흔치 않던 '기획'으로 개최했다는 것도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이후, 이종협과 유병호는 일본에서 판화를 전공하고 돌아와 대전지역에 판화 예술을 널리 확산시키며, 대전미술의 지평을 더욱 넓혀나갔다.

/송미경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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