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민 대표 |
아니나 다를까.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숨죽이고 있던 친일, 반공, 극우기독교 세력이 활개 쳤고 이들은 서로 기생하면서 국정 혼란을 부추겼고 급기야 집권 2년 반 만에 비상계엄선포와 계엄군 국회 난입 등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었다. 취임 직후 온 국민 청력 테스트라는 우스꽝스러운 촌극을 벌이고, 노조와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고, 졸업식장에서 국민의 입을 틀어막고, 국회에서 만든 법안을 무조건 거부하며 국민과 국민의 뜻을 전달하는 국회를 무시하는 대통령의 끝은 친위 쿠데타로 귀결되었다.
온갖 정치적 경제적 역사적 퇴행을 겪었지만, 그래도 1980년 계엄 망령이 다시 살아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계엄 이유가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는 종북 척결이라는데 헛웃음만 나왔다. 계엄 해제 후 발표한 담화문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키고 싶은 건 국민이 아니라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과 정당임이 명백했다. 이런 와중에 '국민의 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유지하면서 정권을 헌납할 수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았고 폭력적으로 국회를 장악하려던 대통령을 배신해선 안 된다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를 돌아보면 한숨과 비탄의 시간이었다. 남북의 화해와 통일을 지향하기는커녕 광복절에는 온통 북한을 공격하고 적으로 규정하며 남북 관계를 파탄 냈다. 독립운동의 상징적인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승객 안전이라는 이유로 서울 지하철역에 설치되어있던 독도 모형을 철거하지 않나, 친일을 넘어 '일본의 마음' '까지 챙기는 기이한 행태를 보였고, 집권하는 동안 도무지 수습 불가능한 말들을 쏟아내 국민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가장 심각한 건 안보 불안이었다. 탈북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방치하여 북측에서 오물풍선이 넘어오고, 남북이 쓰레기를 주고받는 낯부끄러운 날들을 보내야 했다. 계엄선포 전에 오물풍선을 날리는 곳을 원점 타격하려 했다는 사실상 전쟁을 유발할 수 있는 무서운 계획까지 세웠다니 경악스럽다. 휴전선 인근 주민들은 대북 대남 방송 확성기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데도, 9.19남북군사합의 전면 효력 정지와 강력한 한미동맹으로 지키겠다는 현충일 담화, 정작 한일관계 얘기는 전혀 없고 남북관계 얘기만 한 8.15 경축사는 6.25 경축사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런 흐름 속에 뉴라이트와 건국절 망령은 더 활개 쳤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면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온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은 계엄선포에 대해서 반성은커녕 계엄의 정당성을 말하는 담화문은 오히려 하루라도 빨리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는 인식을 강화했다. 다행스럽게도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고 직무는 정지되었다. 모두 11일간 뜨겁게 타올랐던 민주시민의 승리다. 그러나 지금부터 시작이다.
어찌 보면, 망상과 독단에 휩싸인 윤석열 대통령 한 사람보다 더 경계해야 할 것은 같이 계엄을 주도하고 실행한 사람들, 비판적 사유가 부재한 사람들이 권력을 잡고 더 큰 권력에 복종하는 일이다. 2024년 12월 3일 밤 계엄선포를 주도했던 대통령과 전 국방부 장관, 계엄실행을 동조했거나 묵인했던 사람들, 탄핵을 반대했던 국회의원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윤석열 탄핵 반대를 외치던 사람들은 무엇을 지키려고 했을까? 비판적 성찰과 학습이 필요하다. 그 첫 번째 과제는 시민 촛불로 만들어 낸 2017년 3월 박근혜 탄핵부터 문재인 정부 5년, 계엄선포로 내란범이 된 윤석열 정권 2년 반까지 약 7년간의 역사를 낱낱이 복기하는 일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최영민 대전평화여성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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