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3일 오후 1시께 대전복합터미널 앞에 설치된 구세군 자선냄비에서 한 시민이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사진=최화진 기자 |
13일 오후 1시 대전복합터미널 앞. 새하얀 눈이 내리는 추운 날씨에 한 여성이 빨간 자선냄비에 따뜻한 마음을 전하며 말했다.
정 모(63) 씨는 매년 12월을 손꼽아 기다린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1년 동안 소중히 모은 쌈짓돈을 모두 기부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자선냄비 모금이 시작된 날, 정 씨는 남편과 1년간 모은 정성을 모두 기부했음에도 이날 자선냄비를 발견하고 다시 지갑을 비워냈다. 그는 "마트에 들렀다가 멀리서 자선냄비를 보고 기부하고자 찾아왔다"며 "시국이 이러니 어려운 사람을 도와 세상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앞서 12월 2일. '딸랑딸랑' 종소리와 함께 96번째 구세군 자선냄비 시종식이 열렸다. 모금 시작과 동시에 비상계엄 사태가 터져 바깥이 시끌벅적했지만, 자선냄비를 향한 시민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용돈을 아껴 모아온 돼지 저금통을 들고 온 초등학생이 있는가 하면, 한 아버지는 자녀 넷과 함께 자선냄비를 찾아 기부문화를 알려주겠다며 직접 현금을 냄비에 넣어보게 하기도 했다.
대전은 기부율이 높은 도시로 유명하다. 매년 모금목표액을 충족시켜왔던 대전은 지난해 1억 5000만 원이던 목표액을 1000만 원 초과한 1억 6000여만 원을 모금했다. 이러한 대전의 성원에 힘입어 올해 목표 모금액은 2억 원으로 설정됐다.
모금 시작 후 보름가량이 지난 현재 전국적으로 모금액이 평년보다 4%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세군 측에서는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위가 있었을 때도 평년보다 6% 높은 기부율을 보였기 때문이다.
해가 갈수록 높아지는 시민들의 기부에 관한 관심에 구세군은 디지털화된 기부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대전역, 대전복합터미널 등 대전 내 30여 곳에 설치된 자선냄비에는 QR코드가 부착돼 있어 누구나 손쉽게 기부할 수 있다. 현재 서울에서만 실시하고 있는 키오스크 자선냄비도 내년도부터는 대전에도 도입될 예정이다. 어느 장소, 어느 상황이든 시민들이 쉽게 기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세군 관계자는 "올해 겨울이 유독 추운데도 기부하려는 자선냄비를 찾아오시는 시민들과 봉사자분들이 많아 감사하다"며 "추운 연말연시에 따뜻한 손길을 보태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하길 바란다"고 했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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