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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미국의 각종 여론조사 기관에서 발표한 것을 종합하면, 미국의 역대 대통령 인기 순위는 조지 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 프랭클린 루스벨트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분들도 훌륭하지만 존 F.케네디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업무 성과나 리더십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것은 아니고 정책과 비전, 그리고 품위와 품격을 고려한 것입니다. 특히 두 대통령은 모두 변화를 주도하였고, 미국인에게 '미국은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합니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당선 시 40대의 젊은 대통령이었고, 모두 미국의 주류 사회 출신이 아닙니다. 케네디는 아일랜드계이고, 오바마는 케냐 출신의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의 혼혈아였습니다. 또한 두 사람 모두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으로, 설득력 있는 연설을 잘하는 것도 공통점입니다. 특히 단순한 경기 부양책을 뛰어넘어 사회정의, 미국의 자존심, 공동체와 통합 등과 같은 품격 있는 공공 철학을 정책에 반영하여 의미와 가치를 강조했습니다.
사실, 정책에 있어서는 오바마는 존 F.케네디 대통령보다는 그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와 공통점이 많이 있습니다. 로버트 케네디는 정의는 단순히 국민 총생산의 규모와 분배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더 높은 도덕적 목적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였고, 같은 맥락에서 오바마는 '품격 있는 삶(Decent life)'을 강조했습니다. 당연히 이분들은 소수자와 약자를 대변하였으며,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면서 '미국인들의 가치'를 찾고 실현하고자 노력했던 것입니다.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정치 지도자들에게 '분배'를 포함한 경제 문제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정의'를 강조하는 마이클 샌델마저도, 정의는 "올바른 분배만의 문제는 아니고 올바른 가치 측정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이렇듯 소득이나 기회를 정당하게 분배하기 위해서는 더 본질적으로 '영광과 미덕'이라는 가치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분들이 강조하였던 '좋은 삶'이나 '품격 있는 삶'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이지요.
따라서 경제보다는 정치가 중요합니다. 빈곤이나 사회적 불평등은 시장 논리에서 나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정치에 의해서 형성되고 확대되어 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장도 정치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지요.
최근 우리나라는 '내란'이라는 카오스에 휘말려 있습니다. 대외신인도도 추락했고, K-컬처도 퇴색되었으며, 경제적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습니다. 어른으로서 청년들에게 부끄럽습니다. 갑자기 후진국 국민이 된 것 같습니다. 이번 정치적 카오스를 만든 정점에 바로 대통령이 있습니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요? 그것은 메르켈 총리가 강조한 '겸손과 품위'에 역행하였기 때문입니다. 교만하고 천박함이 원인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의 잠재력과 민주주의 회복력을 믿고 있습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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