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 벗 삼아 /얕은 물 속에서도 /저 깊은 물 속에서도/자나 깨나 눈을 뜨고 사는 물고기//죽어서는/산으로 산으로 달려와/햇살 가득히 젖고/달빛 그윽한/산사(山寺)의 처마 끝에 매달린/풍경이 되어//청산이 그리워/오늘도 쉬지 못하고/온 산야(山野)를/무릇/지키고 있네_우심 안국훈_'풍경이 된 물고기'
안 시인은 이처럼 왕성한 시작 활동으로 한국원자력연구원 재직 시, 2007년 월간 〈모던포엠〉 시 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했다. 〈수레바퀴〉 문학회와 「한국근로자문화예술인협회」 동인지에도 매년 시 5편 이상, 또는 수필을 기고하며 자신의 기량을 넓히고 있다. 개인 시집은 <사랑은 한걸음 천천히 오는 것> 2009년 '문화의힘' 출판, 공저는 <그리우면 알몸으로 가라> 외 다수가 있다.
시인은 동시, 시조를 포함하여 여러 방향으로 다양하게 시를 쓰고 있다. 그 마음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자신은 물론이고 현대인에게 글로나마 작은 위로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한다. 특히 시인은 전 직장 '한수원'(전 한국전력공사) 시절부터 서예, 문인화 등에도 관심을 두고 직장 생활 틈틈이 작품에 전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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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심 안국훈 시인 |
예전에는 먹으로만 매·란·국·죽 사군자를 주로 그리다가 현대에 와서 소재도 색깔도 다양해지는 추이라고 한다. 시인은 초창기에 주로 사군자를 그렸지만, 요즘 들어 안중근·김구·손흥민 같은 인물 위주와 목동성당, 소나무 등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소재를 그린다.
시인은 자연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유아숲지도사, 경량 목조주택, 캘리그라피 자격증도 취득하였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재직할 때부터 집 가까이에 텃밭을 일궈 주말농장으로 소일하다가, 퇴직 후에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그러나 친환경농법으로 짓다 보니 소출이 변변치 않은 실정이다. 하지만 해마다 땅과 가까이하고 자연과 벗 삼아 살아가고 있다. 요즘에는 새롭게 한국화에 도전하고 있다고 하니 그의 예술을 지향하는 열정은 어디가 끝인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장래 소망이 있다면, 주말농장에 누구나 방문하고 싶은 아담한 「숲체험원」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또한, 고향 집터에 <미술관 겸 문학관>을 지어 이웃 사랑방으로 제공하면서 함께 주변 지인의 인문학 광장을 마련하고 싶다고도 했다.
우심 안국훈 시인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3개의 원자로조종감독자(SRO: Senior Reactor Operator) 면허를 취득한 원자로 운전 전문가로 현재 에너지파트너스 기술이사로 근무하며, <한국근로자문화예술인협회> 회장을 6년간 역임했다. 인문학 사랑 못지않게 일에도 열정적인 시인이 내 이웃으로 있다는 것이 문득 한겨울 바람막이처럼 든든하고 기쁘다.
민순혜/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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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순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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