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인천강지곡은 한글 창제 이후 간행된 최초의 한글활자본이다. 세계기록유산인 청주 직지(直指)가 현존하는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것과 비교된다. 한글의 문화사적 가치와 인문정신이 집약된 한글자료의 대표성을 확보할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소장자 자격인 미래엔이 결단하면 민간의 한글편지를 비롯해 한글 관련 유산 기탁도 활기를 띨 것이다. 월인천강지곡 권상(卷上, 상·중·하 3권 중 상권) 이외의 유산을 찾는 촉매가 된다면 더없이 좋다.
한글 및 세종대왕과 관련된 인물을 문화 자원화하는 세종시 정책과도 무엇보다 일치한다. 도시명만이 아니다. 세종엔 성삼문 위패를 모신 문절사, 선친의 고향이 세종인 박팽년의 역사적 흔적이 깃들어 있다. 사육신인 두 인물은 용비어천가를 주석한 걸로도 유명하다. 한글로 기록된 문학과 사상, 음악, 창작 연극으로의 확장, 나아가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과의 연계성도 강화해야 한다. 한글문화도시를 도시 정체성으로 삼으려면 성심성의껏 보호할 의무까지 따른다.
과거 월인천강지곡은 민중의 문화적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후세에 알릴 가치 있는 기록물을 전 세계가 보호한다는 미래적 의미도 열려 있다. 세계기록유산인 훈민정음해례본과 나란히 한글 우수성을 알린 월인천강지곡의 등재 확신이 전제돼야 할 것 같다. 미래엔, 국가유산청 등과의 협업을 곁들여 기탁 절차를 순조롭게 완료했으면 한다. 월인천강지곡이 '세상의 기억(Memory of the World)'이 되어 문화적 자긍심을 고양할 기회를 놓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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