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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키드 포스터 |
열악한 처지와 차별받는 인물의 마음이 노래로 승화된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는 최근 방영된 텔레비전 드라마 <정년이>와 닮았습니다. 젊은 여성들의 우정과 경쟁을 다룬 것도 그렇고, 자신의 정체성을 노래로 담아내고 표현하는 그들의 모습이 그러합니다. 오래도록 젊은 여성들이 남성들의 애정과 욕망의 대상이 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하거나 비련의 주인공이 되어 도탄의 운명에 빠지는 것과 확연히 다릅니다. 아니면 이 영화의 제목처럼 사악한 존재로 취급되는 경우와도 다릅니다.
이 영화는 앞서 말한 경우처럼 진행되지 않습니다. 자신의 운명을 백마 탄 왕자에게 맡기지 않습니다. 혹은 사랑과 욕망의 대상이 되지 못함을 한탄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을 저주하거나 해악을 끼치는 악녀로 전락하지도 않습니다. 운명에 당당히 맞서며 자기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보해 나갑니다. 그리고 그것을 드러내는 강렬한 표지가 바로 노래와 춤입니다. 영화는 이러한 점을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와 이를 소화하는 배우들의 뛰어난 솜씨로 멋지게 그려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단지 여타 서사 영화들과 차별화된 음악 영화로서만이 아니라 서사와 캐릭터를 음악 안으로 온전히 녹여 낸 매력적인 작품으로 형상화됩니다.
따지고 보면 차별과 혐오가 엘파바만의 경우만은 아닙니다. 동물들이 사람들과 소통하고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사람들로부터 쫓겨나는 것은 물론 상상이지만 예민한 사회적 문제를 이슈화한다는 점에서 깊은 문제의식을 드러냅니다. 또한 전형적인 선악의 대립을 드러내는 캐릭터가 아니라 선과 악이 공존하거나, 선과 악의 경계선에 선 존재들을 그려냄으로써 오히려 리얼리티가 강화되는 효과를 자아냅니다. 하여 소재나 이야기 구성은 오래된 전래동화와 유사하면서도 실제로는 대단히 현대적이고 문제적인 양상을 만들어냅니다. 여러모로 올해의 영화 중 한 편으로 꼽을 만큼 매우 뛰어난 작품임에 틀림없습니다.
김대중 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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