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묵 건축사의 이종수 미술관 설계안. (사진= 대전시) |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사전평가 사무를 중앙정부가 아닌 지자체로 이양되지만, 여전히 정부의 권한이 강해 지자체의 자율성 강화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3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최근 신규 설립에 대한 사전평가 사무를 지자체로 이양하는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개정안이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의결됐다. 개정안은 이달 법사위와 본회의를 거쳐 최종 통과될 전망이다.
그동안 국가 기능의 지방 이양을 추진하면서 공립미술관과 박물관 건립 예산이 지자체 100%의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사업으로 전환됐음에도 정부가 해당 사업에 대한 사전평가를 하면서 무늬만 지방 이양이라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개정안 통과와 함께 지난 7월부터 진행된 '공립 박물관 및 미술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 운영 효율화 제고 방안 연구 용역'을 이달까지 끝내고 내년 3월 시행할 계획이다.
대전시는 그동안 미술관과 박물관 등 문화시설 확충에 노력해 왔지만, 사전평가 관문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셔왔다. 특히 민선 8기 현안 사업인 이종수 미술관 건립은 정체성 부족으로 두 차례나 부적정 결과를 받고 사업 추진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제2문화예술복합단지에 들어설 제2시립미술관 역시 사전평가 대상인데, 정부로부터 승인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렇듯 대전을 포함한 지자체들은 사전평가로 인해 추진 적기를 놓치거나 추진 동력을 잃어왔다. 평가 일정이 일 년 단 두 번에 그치면서 승인받지 못할 시 해를 넘기거나, 많은 행정력이 낭비되는 등 문제가 뚜렷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즉시 설립 타당성 검토를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할 수 있게 되면서 대전시의 현안 사업들이 동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아직도 정부의 입김이 강하다는 것. 사전 협의 과정에서 문체부로부터 협의 완료 공문을 받아야만 행정 절차에 돌입할 수 있고, 타당성 검토를 위한 심사위원 구성에서 문체부가 과반 이상의 위원을 추천한다는 내용이 구상되면서 지자체는 반쪽짜리 권한만 얻게 되는 것이다. 이미 지역에서 사전검토를 위한 충분한 자치역량을 갖췄고, 지역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부여하겠다는 본래 목적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지자체 권한 강화 목적을 훼손시켜선 안 된다는 의견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설립 협의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문서 작성 등 빼놓은 부분이 있는지 확인만 하는 작업"이라며 "언급된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기존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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