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
이러한 시도는 지난 10월 14일 충청권 4개 시·도가 충청권 메가시티의 구축을 본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오는 18일 출범할 특별지방자치단체인 '충청광역연합'을 기형화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스럽다. 충청광역연합은 다양한 지역통합 형태 중에서 1인 수장(首長)체제로 운영되는 행정통합이 당분간 어렵다고 보고, 4개 시·도가 그대로 유지되면서도 시·도간 경계를 넘어서서 초광역 행정사무를 수행하는 일종의 과도기적 통합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 자치기구는 세종시에 사무실을 두고, 각 시·도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사무처 41명, 의회 19명 등 전체 60명으로 구성되어 충청권 공동사업을 발굴하고 공동사무를 맡아 처리하게 된다.
대체로 충청광역연합은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주창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초광역협력 추진 모델이라는 점에서 나름 의의를 지니고 있다. 정부는 충청광역연합의 출범을 계기로 대구시와 경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행정통합 모델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부산시-울산시-경남도와 광주시-전남도에 대해 충청권의 이러한 광역연합 모델을 적극적으로 권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통령 임기 절반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국정 업적이 없는 처지에서 지방시대의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는 귀할 것이다. 그런데 대전·충남 소통합 추진은 자칫 잘못하면 정부의 지방정책 성과를 폄하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잘 알다시피, 지역통합은 지역 분리와 상반된 개념이다. 대전시는 1989년 충남도로부터 분리되어 광역자치단체가 되었다. 참고로 대구시(1981), 인천시(1981), 광주시(1986), 울산시(1996) 등은 관할 도(道)로부터 분리되어 광역자치단체가 되었다. 이 같은 지역 분리는 서울시와 부산시만이 유일한 광역자치도시인 까닭에 다른 대도시들의 소외감을 해소하려는 정치 행정적 요인에서 이뤄진 측면이 짙다. 반면에 현재 논의되고 있는 지역통합은 정치 행정적 요인보다는 사회경제적 요인이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초광역적 행정수요의 증가와 광역생활경제권의 이점 증대로 지역통합이 시대적 대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의 일극 체제에 대응하기 위해 비수도권의 메가시티 구축이나 슈퍼 지역통합이 절실해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은 충청권 대통합을 추동하기 위한 단지 선행과정일 뿐이라는 대전시와 충남도의 설명이 지역민들에게는 기대 반 우려 반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이 같은 선언은 올 초 "거침없이 비상하는 대전"이라는 화두를 내세운 이장우 대전시장과 취임 초부터 "힘센 충남"을 도정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김태흠 충남도지사의 무리한 추진력의 발로일 수도 있지만, 심모원려(深謀遠慮)한 정치적 승부수일 수도 있다. 이왕에 던진 주사위이기에 좋은 결실이 있기를 바라면서, 몇 가지 노파심을 담은 조언을 드리고 싶다.
첫째로 충청권의 지역통합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과 충청 광역연합 운영이라는 '투 트랙'을 시종일관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로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국회에서 입법화되어야 결실을 맺기 때문에 통합추진협의체에 지역 내 여·야 국회의원의 대표자와 국회 교섭단체 등록정당의 대전시당 및 충남도당 위원장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 셋째로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충청권 대통합을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는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2026년 지방선거에서 현 대전시장과 충남도지사 중 한 사람은 재선에 나서지 않는다는 약조를 밝힐 필요가 있다. 끝으로 "지성(至誠)이면 감민(感民)이다"라는 격언이 있듯이, 항상 경청하고 정성을 다하길 바란다.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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