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석 건양대 국방경찰학부 교수 |
로맨스 스캠은 대개 낯선 사람이 서툰 한국어로 이메일이나 메신저,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서 시작된다. 이들은 자신이 해외에 있는 돈 많고 영향력 있는 사람처럼 속이며, 피해자의 환심을 산다. 처음에는 외국인이나 영주권자, 해외여행 중이라며 그럴듯한 환상을 만들면서 대화를 시도하고, 특히 피해자가 해외 경험이 많거나 영어 등 외국어 능력, 예술이나 전문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이러한 수법에 쉽게 속아 넘어간다. 시간을 두고 사기꾼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 여러 메신저를 활용하여 관심사, 경제, 인생문제 등 해박한 대화로 라포를 형성하며 친밀감을 높여 나간다.사기꾼은 오랜 기간 계속하여 피해자를 현혹 시키고 예쁜 이성의 사진을 자신이라고 보여주며 엄청난 부자로 행세하기도 한다. 관련 가짜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여주고 품격있는 대화와 미래에 대한 환상을 심어준다. 일상적인 이야기부터 가족, 친구, 직업, 그리고 개인적인 고민해결 등 사기꾼이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믿게 만든다. 로맨스 스캠의 최종 목표는 피해자로부터 큰돈을 탈취하는 것, 가짜 암호 화폐 거래소를 소개하며, 초기에는 실제로 수익이 났다고 믿게 하고 피해자가 총 재산인 거액을 입금하도록 해서 목적을 이루면 모든 흔적을 끊고 잠적한다. 뒤늦게 사기 피해를 깨닫지만, 가상자산 사기나 대포통장 송금 사기는 피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여 매우 심각하다. 작년 국내 신고된 로맨스 스캠 피해 건수만 126건 이고, 보이스피싱과 유사한 형태로 전개되기도 하고 신고하지 않은 피해자는 훨씬 많을 것이다. 며칠 전 경찰은 122억 원을 편취한 로맨스 스캠 국제 사기조직 22명을 검거하였다. 베트남, 캄보디아, 중국, 태국, 일본 등 외국에 거점을 둔 국제범죄 조직은 치밀하게 은퇴한 한국의 고령층을 겨냥한다고 한다. 국내 보이스 피싱 사기 피해가 연간 9800억 원에 이르고 특히 금융사기, 전세, 투자 사기등 국내 연간 사기 건수가 34만 건에 33조의 피해가 발생한다는 통계는 그 피해가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앞으로 한국 사회는 외로움과 고독의 문제가 다양한 형태로 제기될 것이다. 살아간다는 일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라고도 하는데 특히 은퇴한 외로운 노년에는 다양한 유혹에 취약하다. 특히 노년의 외로움에 파고드는 로맨스 스캠 사기 피해를 예방 하려면, 우선 낯선 사람의 접근을 경계하고, 투자를 권유하는 정보에는 신중하고 객관적인 검토가 필요하고, 스팸처럼 날아오는 문자메세지 링크는 절대 클릭하지 말고, 사기 의심이 들면 경찰이나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것이 소중한 재산을 지키고 다른 피해를 예방하는 길이다. 전 세계 수사기관은 인터넷 온라인시대에 급증하는 보이스 피싱이나 다양한 형태의 글로벌 온라인 사기 사건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 소중한 재산과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돌아보고, 감정적 유혹에 빠지지 않고 이유 없는 벼락 행운과 공짜는 없다는 상식을 다시 생각해 본다. 자칫 지나친 욕심이 화를 부르고 세상에는 공짜나 비밀은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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