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현 교수 |
이토록 뻔뻔하고 몰염치한 수모에도 이 회장이 3선에 도전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대한체육회장은 '한국체육 대통령'으로 불리며 연간 4천400억 원의 예산을 주무르고, 80여개의 회원 종목단체를 총괄하는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다. 게다가 대한체육회장을 바탕으로 현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선출돼 활동 중인 이 회장은 의전상 국빈급 대우를 받는다. 해외여행 때 입국 비자가 필요 없고, 공항에서 귀빈실을 사용할 수 있으며, 호텔 투숙시 해당국 국기가 게양되며 IOC 총회 참석 때는 승용차와 통역, 의전 요원이 지원된다. 실로 엄청난 혜택이다.
이 회장은 불리한 상황이 발생하면 체육인들을 동원하여 궐기대회 비슷한 행사들을 개최한다. 여기에는 이들을 추종하는 종목과 지역 협회장과 지도자들이 있다. 짐작으로 수없이 많다. 십여 년간 체육계를 장악해 온 이 회장의 정치력과 인맥은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막강하다. 그래서 그동안 무너진 적이 없다. 더 불리한 상황이 발생하면 스포츠의 정치적 개입이라며 국제스포츠단체 핑계를 대고, 올림픽 출전이 코앞이니 어쩌니 핑계를 대며 문화체육관광부를 공격한다. 그런데 이제 이런 수가 다 드러나서 안통하는가보다.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내년 1월 14일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 홀에서 펼쳐진다. 약 2300명 선거인단 투표로 진행된다. 현재 유승민 전 위원을 비롯해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 강태선 서울시체육회 회장,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BYN 블랙야크 회장)은 보도 자료를 통해 "체육계 개혁을 바라는 진정어린 결단으로 힘든 길을 선택한 체육계 후배의 의지와 열정에 깊이 공감한다"며 "대한체육회의 변화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위중한 상황에서 여러 고민 끝에 이번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오주영(39)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은 출마 선언문에서 "체육계의 적폐를 청산하고 지도자가 존중받는 체육계를 완성시키겠다"며 "현장의 목소리에는 관심 없고 오로지 선수와 지도자를 이용하는 부패하고 무능한자를 걷어내, 현장이 중심이 되는 체육계를 만들겠다"고 역설했다.
유승민 전 IOC 선수 위원이며 전 탁구협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대한체육회장 도전 이유와 계획 등을 알리고, 한국 체육을 살리기 위한 방안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여러 가지 문제로 위기에 빠진 한국 체육의 부활을 위해 대한체육회장에 도전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박창범 전 우슈협회장은 이기흥 전 대한체육회장의 3연임 출마를 반대하며 지난 22일부터 대한체육회 앞에서 무기한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박 전 회장은 "대한체육회가 사유화된 권력이 되었고, 이 회장의 3연임은 종신제의 서막이 될 것"이라며 "이번 선거에서는 반드시 후보 단일화를 통해 3연임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기흥 회장이 정치와 스포츠를 분리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IOC 헌장을 이용해 권력을 유지하려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민국 체육 대통령은 권력을 휘두르는 자리가 되면 안된다. 절대로 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이 해서는 안되며, 무능한 사람이 해서는 더더욱 안되는 자리다. 출사표를 던진 사람들이 저마다 출마의 변을 하고는 있지만 게중에는 벌써 고인물, 썩은물이 보이고, 무능한 자가 보여 걱정이다. 제발 이번만큼은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체육을 구하고, 존경받고 체육계에 헌신할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이 선출되면 좋겠다.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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