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 대전대 전 디자인아트대학장 |
그리스에서 발원한 무세이온(뮤즈에서 시작되어 뮤지엄의 어원이 됨)을 넘어 거대한 학문적 집합체가 이집트 도시 알렉산드리아에 만들어 진다. 무세이온처럼 특권층만의 전유 공간이었던 부루키움이라 불린 첫 도서관은 당시 교수만 100여 명이 넘었다 하고 지금의 대학과도 같은 기능을 지닌 강의실, 열람실, 외에도 회의와 식당 등 부수적인 지원 공간 들이 갖추어져 있었음이 기록으로 전해진다. 이곳으로 많은 전 세계의 학자들을 초청하여 연구하도록 지원하였으며 의학 물리학 천문학 수학 등 고대문화의 진원지였고 유럽문화를 통틀어 설명함에 주된 골자인 동서문화의 융합체라 할 수 있는 헬레니즘의 기원지로도 알려진 배경의 산실이었다. 이곳 알렉산드리아도서관에는 지금의 분량으로 무려 100만 권에 가깝게 가늠되는 당시 양피지로 된 엄청난 분량의 두루마리 책이 소장되어 있었다 한다. 아쉽게도 로마 카이사르의 원정 전쟁이 일으킨 항구의 화재 등 이후 여러 사건을 연유로 도시는 파괴되고 도서관도 소멸하게 되는데 엄청난 양의 파피루스 책들은 이때 다 사라진다. 아쉽게도 장소도 명료하지 않고 세라페이온 신전 도서관 지하 유적이 당시의 흔적으로 남겨져 있을 뿐이다.
종이책 들이 모인 곳은 이렇게 그들이 신성시한 곳에 인류의 지식 모두를 다 섭렵하고자 하는 인간의 지식욕으로 시작되었고 약 2500 년의 긴 시간이 지나 알렉산드리아에는 다시 대단한 규모의 현대식 도서관이 만들어지면서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마치 거대한 지구본이 땅속에 박힌 듯한 모양을 지닌 거대한 해시계 형태의 웅장한 모습과 엄청난 양의 장서를 갖춘 압도적인 도서관이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렇게 학문의 교차로로서 시작된 도시에 이어 다투어 지식을 전달하는 도서관들이 세상의 곳곳에 만들어진다. 도서관(라이브러리)은 14세기 앵글로 프랑스어의 책방과 같은 의미를 지니며 어원은 책의 기원인 이집트의 파피루스와 연결되는 라틴어의 리베르(liber-나무껍질) 에서 비롯되었다. 알려진 바로 가장 많은 장서와 기록, 유물을 보관하고 있는 도서관은 영국 런던의 북쪽 유로스타의 출발지인 '세인트 판크라스' 역 가까이에 위치한 대영도서관으로 무려 2500만 권의 규모를 자랑한다. 자유를 향한 대헌장, 마그나카르타를 비롯해서 기원전 300년 무렵의 자료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역사자료를 소장하여 세계 최대규모의 도서관으로 긍지를 지닌다.
종이책은 지식의 도시를 만들고 지혜를 품은 창조의 장소를 만든다는 자부심도 갖게 한다. 대규모 도서관에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우리의 파주 출판도시에도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내부를 모두 열린 도서관으로 만들어 '지혜의 숲'이라 부르는 곳이 있다. 기존의 도서관과는 달리 권독사라는 특이한 책 안내자 외에는 간섭 없이 자유롭게 걸으며 많은 책들을 만날 수 있다. 벽을 따라 늘어선 책들을 따라 걷자면 수 킬로의 길이이며 한 문인은 죽기 전 힘이 남아 있는 동안 이곳을 찾아 죽음을 맞고 싶다 할 정도로 책의 무덤을 그리워한 곳이기도 하다. 급변하는 책의 생태계에서 도서관의 유적이 주는 가르침은 책의 소중함이며 우리에게 깜짝 놀랄 만큼 기쁜 소식도 가져온 책은 우리 곁에서 지혜의 도시를 낳고 우리와 도시를 가꾸는 지혜의 원천임을 다시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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