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한밭수목원 원형잔디에 대형 꿈돌이 조형물과 신세계백화점이 보인다. 대전의 대표 관광장소로 떠오르는 곳이다. (사진=중도일보DB) |
가을 단풍철을 맞아 대전 장태산 자연휴양림에 11월 23~24일 주말 동안 방문객 2만3000여 명이 방문했다. 이곳 주차장은 오전 9시 10분부터 500여 대의 주차공간에 남은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만차였고, 전세버스는 승객만 등산로 입구에 내리고 5㎞ 떨어진 중학교 운동장 임시주차장으로 차를 돌렸다. 서구청에서는 올해 장태산 방문객이 지금까지 경험한 적 없을 정도로 증가했다고 밝힐 정도로 구름 인파를 이룬 것인데, 관광과 여행으로서 대전을 경험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하나의 현상으로 풀이된다. 관광과 여행에서 대전의 재발견은 데이터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대전 관광' 검색·호감도 상승세
대전세종연구원 11월 27일 공개한 윤설민 책임연구위원의 '대전시 관광 환경 진단을 통한 관광 재활성화 방향 검토' 연구보고서를 보면, 몇 가지 지표에서 대전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경향을 파악할 수 있다. 연구보고서는 한국관광공사의 빅데이터 플랫폼인 '한국 관광 데이터랩'에서 제공하는 이동통신, 신용카드, 내비게이션 자료를 토대로 관광 통계를 분석했다. 이동통신 데이터를 중심으로 (주)KT에서 외부인 대전 방문자 수를 살펴보면, 2023년 대전은 8218만 명으로 규모에서는 전국 16개 광역시도 중 13번째를 기록했다. 다만 2022년 7567만 명 대비 1년 사이 8.6% 증가해 인천(15.4%)과 부산(8.7%) 다음으로 세 번째로 큰 증가율을 기록했다. 또 신용카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난해 대전에서 이뤄진 관광지출액은 17억2100만 원으로 전국 6번째 규모로 방문객의 소비 지출이 비교적 많았다. 2022년 관광지출액 14억9800만 원 대비 대전은 14.9% 증가한 것으로, 증감률은 인천(14.8%)과 대구(7.8%)를 앞서 가장 크게 성장했다. 자동차를 운전해 목적지를 찾아갈 때 사용하는 특정 회사의 내비게이션에서 대전을 검색해 찾아간 횟수는 2023년 1064만 건으로 전국 14번째 규모다. 이 역시 2022년 930만 건 대비 14.4% 증가해 광주(17%)와 대구 (16.6%) 다음으로 큰 증가율이다. 연구보고서는 SNS 언급량을 분석한 데이터에서도 대전은 2023년 203만 건으로 6개 광역시 중 4위에 그쳤지만 2022년 대비 46% 증가함으로써 증증감률기준에서 인천(50.4%)에 이은 2위로 높았다.
이와 별개로, 여행 리서치 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는 2016년부터 매연 9월 그해 여름휴가 여행 만족도 조사를 시행하고 있는데 대전은 2021~2023년까지 여름휴가 만족도에서 16위로 최하위였다. 그러나 2024년 조사에서는 먹거리·살거리 경쟁력을 바탕으로 10위를 기록했다.
대전세종연구원 윤설민 책임연구위원은 "여러 데이터를 봤을 때 대전은 더는 '노잼의 도시'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대전여행'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검색량도 2019년 대비 현재 증가 추세에 있음을 알 수 있다"라며 "과거와 다른 대전에 대한 여행 분위기가 느껴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분위기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도록 관광 재활성화 방향을 설정하는 게 중요한 시기"라고 분석했다.
▲국가대표 관광명소 문턱 높아
대전세종연구원의 이번 연구에서 신생 관광도시 대전이 갖는 한계에 대한 분석도 들여다볼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년 주기로 한국을 대표하는 곳을 선정해 발표하는 '한국관광 100선'에 소개된 대전의 명소는 계족산 황톳길과 장태산 자연휴양림, 한밭수목원이 유일하다. 가장 최근인 2023~2024년 기준 한국관광100선에 대구 3곳, 광주 4곳이 선정될 때 대전에서 장태산자연휴양림 한 곳이 지정될 때 정도로 세종시와 더불어 국내를 대표할 정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010년부터 한국관광 발전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를 발굴하기 위해 시작한 '한국관광의별' 선정사업에서도 강원은 10번, 전남은 9번, 경북은 7번 선정되는 동안 대전은 세종과 함께 한국관광의별에 선정된 사례가 없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외래관광객의 국내 방문지 통계에서도 외국인 등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서울(80.3%), 부산(17.6%), 경기(13.3%), 제주(8.7%)를 찾고 있으나, 대전을 방문한 비율은 1.1%로 대구(2.3%)보다 낮은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같은 자료에서 대전에서 관광여행과 숙박여행, 당일여행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는 17개 광역시도 중 가장 낮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장태산자연휴양림 인근에서 지난 10년간 펜션을 운영 중인 최선영 씨는 "교통이 편리해 여러 지역에 흩어진 가족이 모이거나 직장 MT 형식으로 펜션을 찾아오고, 대부분 주변을 간단하게 둘러보고 1박2일 정도 머무르고 있다"라며 "근래 대전 관광객이 늘었다고 해도 숙박업에서 체감할 정도로 변화가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관광종사자의 친절성 만족도와 체험 프로그램 만족도는 중위권과 중상위원을 기록하고, 2023년 기준 무박의 당일 방문자 비중은 82.4%로, 숙박방문자 비율은 17.6%로 조사됐다. 전국 광역지자체별 숙박방문자도 평균 18%이었다.
안여종 문화유산울림 대표는 "온라인에서 대전의 명소를 찾아 노잼을 반박하듯이 앞다퉈 게재하는 것을 보면 대전에 대한 호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고, 꿈돌이 역시 기념품으로 선택되고 있다"라며 "성심당과 소제동, 한밭수목원에 이은 관광명소를 어떻게 만들고 지역 스토리를 호소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대형 관광지와 복합쇼핑몰 집중 한계
여행과 관광으로 대전을 체험하고 호감 갖는 분위기가 고조되는 것과 달리 관광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이를 아직 체감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한다. 1993년 이후 오랜만에 찾아온 관광 재활성화가 일부 시설과 장소 또는 대규모 복합쇼핑몰에 국한에 이뤄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먼저, 대전에 소재한 관광지 중 입장객 통계를 측정하는 장소는 한밭수목원과 중구 보문산에 있는 대전아쿠아리움 등 28곳으로 전남, 경북, 강원, 경남, 충남, 전북, 충북에서는 100개소 이상인 운영되고 있다. 대전 입장객 통계를 측정하는 관광지 28곳에 2023년 총방문객 수는 1065만6000명으로 전국 12번째이었다. 이중 한밭수목원과 장태산자연휴양림, 계룡산 수통골은 연간 100만 명 이상 방문하는 관광지인데, 이들 세 곳이 대전 전체 방문객 중에서 자치하는 비율은 40%로 서울 다음으로 높았다. 한국관광공사의 관광 데이터랩 기준 대전의 중심 관광지는 신세계백화점과 갤러리아백화점,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등으로 쇼핑과 관련된 장소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대전 중심관광지 중에서 여행과 관광이라고 볼 수 있는 곳은 한밭수목원과 국립중앙과학관이 10위 안에 그나마 들어왔다. 또 2023년 신용카드 지출액 기준에서 대전방문 내국인의 소비 중 24%는 대형쇼핑몰에서 이뤄지고 41%는 육상교통비에서 소비돼, 쇼핑몰과 역, 터미널을 보유한 유성구와, 서구, 동구에서 소비가 집중되는 반면 대덕구와 중구에서 소비는 전체 지출액의 10% 미만에 머물러 구별 편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관광공사가 대전으로 관광 또는 방문한 15세 이상 남녀 1500명을 면접 조사한 것에서도, 방문자의 충남과 충북, 세종 거주 비율이 2022년 88%, 2023년 71%로 주로 충청권에서 대전 방문 비중이 높았다. 전체 방문자의 교통수단은 자가용 이용이 88% 이상으로 가장 많고, 버스 7.7%, 철도 3.7% 비중이었으며, 방문한 장소로 성심당(60.3%)이 가장 많았으나 2023년 만인산자연휴양림(13.5%)과 국립중앙과학관(12.4%)이 새롭게 순위권에 포함됐다.
김근종 건양대 글로벌호텔관광학과 교수는 "가장 대전다운 곳에서 명소를 찾을 수 있어야 국가 명소에 이를 수 있을 것인데 3대 하천과 옛 성곽 등에 가능성 있고 야간 관광과 더불어 전통시장에 대한 여행 욕구 역시 높다는 점을 감안해야 관광장소를 분산하고 체감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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