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휘 의장 |
앞서, 대전시의회는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지난 6월 유보통합 추진 상생방안을 모색하는 정책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 보육 관련 어린이집 교사와 학부모, 시·교육청·대학·의회 관계자들이 모여 현안과 선결과제에 대해 열띤 논의를 가졌다. 필자 또한 최근 대전지역 영·유아 시범학교 연합 교사들과 연찬회를 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유보통합의 안정적인 정착에 필요한 지원책이 무엇인지 함께 고심했다.
유보통합의 핵심은 우선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교육격차 해소에 있다고 본다. 유보통합 논의는 1990년대부터 시작됐지만 소관 부처와 운영기관의 이원화, 이해관계와 시각차 때문에 진척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때 3~5세 공통 교육 보육과정을 도입하고, 박근혜 정부에선 유보통합추진단을 설치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통합교사자격, 관리부처 일원화 같은 주요 쟁점에서 합일점을 찾지 못했다.
현 정부는 유보통합을 국정과제로 설정해 지난해 1월 유보통합추진단을 시작으로, 7월에 '유·보 관리체계 일원화 방안' 발표하고, 12월엔 중앙 단위 영·유아 보육사무를 교육부로 일원화하는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는 등 제도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보통합의 성공은 평등한 고품질 서비스에 달려있다. 성공 사례로 꼽히는 스웨덴의 경우, 돌봄과 교육을 복지체계로 통합해 사회보장부에서 교육부로 이관했고,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가정 친화적 환경 조성에 중점을 두면서 출산 증가 효과도 거두고 있다. 뉴질랜드도 1986년부터 영·유아 보육과 교육을 교육부로 통합하고, 평등을 유보통합의 기본명제로 삼아 공평·공정한 서비스 제공에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사립 중심의 유아교육을 공교육 중심 체제로 개편해 누구나 질 높은 교육 기회를 누려야 한다는 것에는 대다수가 공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공립유치원 유아 수는 전체 영·유아의 9.5%에 불과할 정도로 유아 보육·교육의 민간 의존도가 높다.
10여 년 전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만 3~5세 공동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많은 부모들이 교육을 이유로 유치원을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는 어린이집은 보육에, 교육부가 담당하는 유치원은 교육에 각각 초점을 두는 구조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교육부, 지방자치단체, 지역교육청 간에도 관리체계, 사무 분장, 예산편성 등을 두고 유보통합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전문가들과 학부모들은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공공성, 전문성, 재정 확보를 유보통합 추진의 선결과제로 꼽고 있다. 그래야 보육·교육의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유보통합 논의가 질 높은 유아교육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 돼야 한다는 데 충분히 공감한다. 정부가 '세계 최고 영·유아 교육·보육'을 만들겠다는 기치를 내건 이유이기도 하다.
유보통합이 30여 년간 난제에 머무른 이유를 다시 돌아보자. 유보통합의 핵심은 영·유아 보육·교육 업무·관리 체계를 일원화하고, 모든 영·유아 시설에서 동일한 교육과정, 전문인력, 재정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구현하고 연착시키려면 정부와 민·관·학이 현안들에 대해 함께 머리를 맞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유보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쟁점과 파장을 최소화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랜 세월 지지부진했던 유보통합의 속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육·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도 놓쳐선 안 된다. 유보통합의 대원칙은 아이들에게 공평하고 질 높은 보육·교육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임을 잊지 말자.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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