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의회. |
시민 생활과 직결된 예산심의와 행정감사를 앞둔 상황에서 국힘 의원들이 한동훈 당 대표의 청주 특강 참석을 위해 시정질문이 진행되는 도중 본회의장을 무더기로 빠져나가면서 의정 역사상 유례없는 의회 경시 행태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시의회는 21일 제290회 정례회 첫 본회의를 열고 내달까지 이어질 의사일정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11시 40분경 더불어민주당 곽명환 부의장이 시 집행부를 상대로 개발행위 허가 관련 시정질문을 진행하던 중 국힘 의원 9명이 청주행 전세버스 탑승을 이유로 갑자기 본회의장을 떠났다.
전체 의원 19명 중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이탈하면서 시의회는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했다.
시의회는 오후 1시 30분 본회의를 속개했으나 의석의 절반이 비어 있었다.
안림도시개발지구 관련 시정질문을 예정했던 박해수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단체로 이석하려면 사전에 전체 의원들에게 알려주고 양해를 구했어야 한다"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정회가 선포되면서 예정된 시정질문은 다음 본회의로 미뤄졌다.
김낙우 의장은 "국힘 원내대표가 사전에 당 행사 참석을 이유로 오후 일정 조정을 요구했지만, 질의 도중 이탈할 줄은 몰랐다"며 "의장으로서 사전 조율을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은 제 불찰"이라고 해명했다.
곽명환 부의장은 "여당 의원들이 자리를 뜨는 것을 보고 황당했다"며 "당 대표 특강을 시민을 위한 의회 일정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보고 기가 찼다"고 말했다.
이번 정례회는 2025년도 당초예산 심의와 행정사무감사, 주요업무 추진실적 보고 등이 예정된 회기다.
더불어민주당 충주지역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중차대한 정례회를 두고 당 대표 일정을 이유로 본회의에 불참한 것은 지방선거에서 자신들을 선출한 시민의 선택을 배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시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당초예산과 시정연설, 동료 의원의 시정질문을 가볍게 여긴 것은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음을 증명한 것"이라며 "충주시민보다 한동훈 대표가 더욱 위에 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같은 날 진천군의회와 괴산군의회도 올해 마지막 정례회 본회의를 열었으나, 국힘 군의원들은 오후까지 이어진 의사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진천군의회는 전체 의원 8명 중 국힘이 5명, 괴산군의회는 8명 중 4명으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충주시의회와 같은 집단 이탈은 없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부터 청주시 서원구 CJB미디어센터 아트홀에서는 국민의힘 충북도당 주최로 '하나 되는 당원교육'이 진행됐으며, 한동훈 대표와 이정현 전 의원이 특강을 맡았다.
민주당 충북도당은 "한 대표와 국민의힘 충북도당은 사과하고, 해당 의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충주=홍주표 기자 32188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