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준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원장 |
이렇다 보니 초기에는 주로 단순 직업이 먼저 사라지고, 전문적인 직업은 남을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의사, 변호사, 작가, 뮤지션, 그래픽 디자이너 등 창의성이 필요한 직업군은 살아남을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예측은 달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생성형 AI가 주목을 받으면서 전문직이 우선 대체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23년 미국 할리우드의 작가 노조는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는 위협에서 파업했고, 배우조합도 이 시위에 참여했다. 세부적인 요구 조건이 있었지만, 잠재적으로 AI에 의해 일자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기저에 도사리고 있었다는 것이 미디어의 평가다. 실제로 미국에선 그래픽 디자이너, 회계사, 애널리스트, 방송 및 영화 분야 작가, IT 전문가들이 빠른 속도로 대체되고 있다고 한다.
또 최근 거대언어모델에 기반한 특정 영역의 일을 담당하는 소규모의 전문적인 AI도 많이 출시되고 있다. 실제로 필자도 의학지식을 업데이트하기 위해서 논문을 찾아 읽곤 한다. 이전에는 영문 논문 한 편을 잡으면 반나절은 끙끙대야 겨우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취득했다. 하지만 이제 논문과 보고서를 요약 정리해주는 AI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논문 수십 편을 한글로 정리해주고, 주요 핵심 내용을 반나절이면 파악할 수 있다. 효율이 수십 배 오른 셈이다.
이런 경향을 보면, 의사라는 직업도 결코 안전지대는 아닌 듯하다. 물론 환자를 직접 수술하는 외과 계열은 조금 후 순위로 미루어지겠지만, 진단하고, 처방하는 영역은 무엇보다 대체되기 쉬울 수도 있다. 왜냐하면 임상의학이란 것이 환자와 질병을 대상으로 방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경험을 통해서 환자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여 잠재된 패턴을 읽어내어 적절한 처방을 내어놓은 일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AI의 최대 장점이 이 부분이라고 한다. 더구나 이들은 쉬지도 않고, 먹지도 않고, 잠을 자지도 않는다. 또 월급을 올려달라는 이야기도, 이직도 하지 않는다.
그럼 이런 반론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의사라는 직업은 지식도 중요하지만, 환자라는 대상과 교감, 교류하는 직종인데 그 부분을 무시할 수 있을 것인가? 그건 쉽게 대체하기 힘들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어떻게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단순하게 결과물과 내어놓은 것이 아니라 대상이 존재하고, 그 대상을 공감해야만 가능한 것이 임상의료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외래와 병원 시스템을 보면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간혹 다른 병의원에 다녀 온 환자분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드리고, 거의 비슷한 다음과 같은 답변을 듣는다.
"의사들이 대부분 설명을 잘 안 해줘요. 병명도 이야기 안 해주고, 앞으로 어쩌자는 이야기도 별로 없어요. 짧게 보고 처방전 주고 다음에 오라고 해요."
현행의 한국의 급여제도에서는 짧은 시간에 다수의 환자를 보거나, 검사를 많이 해야만 의료기관 유지가 가능하고, 직원 월급을 충당하고, 자신도 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환자의 설명이 비정상적인 게 아니라 너무 당연한 결과이다. 그런데 교감 없는 진료과정과 다양한 기계를 이용한 검사, 그리고 결과에 따른 단순한 처방전 나열만 한다면 도래할 AI 시대에 과연 현재의 외래 중심의 의료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더 심각한 건 AI의 성능과 발전이 가속화돼, 인간의 두뇌를 대체할 정도의 수준으로 발전하는, 즉 특이점이 오는 순간이 2030년 이내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도 심지어 나오고 있다.
이제 의사들도 생각을 달리해야 할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필자도 포함된다. /김화준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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