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05강 남귤북지(南橘北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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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05강 남귤북지(南橘北枳)

장상현/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4-11-1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 205강 南橘北枳(남귤북지)

의 미 : (강남의)귤(橘)나무를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枳)나무가 된다.

비 유 : 사람이 그 처해 있는 곳에 따라서 선(善)하게도 되고 악(惡)하게도 된다.

글 자 : 南(남쪽 남) 橘(귤나무 귤) 北(북쪽 북) 枳(탱자나무 지)



출 처 : 안자춘추(晏子春秋) 내편(內篇) 잡하(雜下)

대한민국이 들끓고 있다.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이루어지는 대규모집회는 상상을 초월한다.

법치국가에서 법을 무시하고 힘으로, 권력으로, 군중선동으로 자당을 위한 겁박 행위는 조직폭력배들의 기고만장(氣高萬丈)한 행태와 같다.

정치는 그 나라 국민들이 경제적으로 풍요(먹고사는데 풍족함)로운 생활을 하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고, 그 다음으로는 나라를 지키는 일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보자! 지금의 대한민국은 국가경제가 좋아지고, 국민의 삶이 여유로워지자 엉뚱하게도 이념과 사상을 달리하는 사람들 간의 비방과 다툼으로 크게 얼룩져가고 있다. 마치 목숨을 걸고 자기를 방어하는 처절한 전쟁터를 연상하게 한다. 이러한 행태가 과연 선진국문턱에 있다는 대한민국의 참 모습인가?

이제 우리는 경제, 과학, 기술, 문학. 문화, 예술, 체육 등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모범국가가 되었다.

세계는 이미 대한민국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자하는 그 열풍이 짐작할 수 없을 만큼 확산되고 있고. 그 놀라운 분위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런데 단지 정치 분야만은 이렇게 형편이 없는가?

그 훌륭하고 타인의 모범이 되는 지성인들이 정치에 입문만 하면 사고와 양심이 달라지는 것은 왠가? 특히 위정자라고 자칭하는 국회의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국민들의 원성을 듣는 이유는 무엇인가?

답은 개인권력을 이어가기위한 욕심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춘추시대 말기, 제 나라에 안영이란 유명한 재상이 있었다.

어느 해 안영이 초 나라에 특사로 파견되었다. 초 나라 영왕이 그를 초청했다. 그 이유는 안영이 너무 유명하니까 만나보고 싶은 욕망과 그의 높은 콧대를 꺾어보고 싶은 심술이 발동하여 초청하게 된 것이다.

안영이 초청되어 상호간의 인사가 끝난 후 영왕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제 나라에는 그렇게도 사람이 없소?"

이는 안영의 키가 너무 작은 것을 놀리며 기(氣)를 꺾으려는 심산이다.

안영이 대답했다.

"사람이야 많지요." 라고 대답하자 다시 영왕(靈王)은 거들먹거리면서 "그렇다면 제 나라는 사신으로 보낼 사람이 경(卿)과 같은 사람밖에 없소?"

그러자 안영은 웃으며 태연하게 대답하였다.

"예! 저의 나라에선 사신을 보낼 때 상대방 나라수준에 맞게 사람을 골라 보내는 관례가 있습니다. 작은 나라에는 작은 사람을, 큰 나라에는 큰 사람을 보내는데 신은 그 중에서도 가장 작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뽑혀서 초 나라에 왔습니다."

가는 방망이에 오는 홍두깨격의 대답이었다.

그때 마침 포리(捕吏/ 도둑을 잡는 포졸)가 한사람의 죄인(罪人)을 끌고 지나갔다. 초 왕이 포리에게 묻기를(이미 초나라 왕이 짜놓은 각본대로)

"여봐라! 그 죄인은 어느 나라사람이냐?"라고 하니 포졸이 보고하기를 "제 나라 사람이온데, 도둑질하다가 잡힌 놈이라 감옥으로 끌고 가는 중입니다."

영왕이 다시 안영에게 비웃으며 묻기를 "제(齊)나라 사람은 원래 도둑질을 잘 하오?"하고 안영에게 모욕을 주려 하자 안영은 "강남(江南)에 귤(橘)나무가 있는데 그것을 강북(江北)에 옮겨 심으면 탱자(枳)나무가 되는 것은 토질(土質)때문입니다. 제(齊)나라 사람이 제(齊)나라에 있을 때는 원래 도둑질을 모르고 자랐는데 그가 초(楚)나라에 와서 도둑질 한 것을 보면 역시 초(楚)나라의 풍토 때문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초 나라 왕은 안영의 그 기지와 태연함에 놀라며 정중히 사과했다.

"애당초 선생을 욕보일 생각이었는데 결과는 과인이 욕을 당하게 되었구려" 하고는 크게 잔치를 벌여 안영(晏?)을 환대하는 한편 다시는 제(齊)나라를 넘보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정치판 속에는 지성인을 넘어 법조인 심지어 군 에서 대장 계급으로 전역한 사람도 있다. 자기 이념을 위해 주장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군중에 앞장서서 설쳐대는 그 예비역 대장의 모습을 보니 처절한 생각까지 든다.

지성인과 군장성(軍將星)도 정치에 몸담으면 권력과 보스(boss/집단의 우두머리)를 위해 목숨을 거는가? 그들은 귤(橘)과 탱자(枳)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던가?

국회의원의 국민을 생각하는 본연의 역할은 뒷전이고 권력에 아부하는 자들이야 말로 탱자 그 이하의 작은 재목들이 아니겠는가? 왠지 씁쓸하다.

良禽擇木而棲(양금택목이서)좋은 새는 나무를 가려 보금자리를 택하고

賢臣擇主而事(현신택주이사)지혜로운 신하는 주인을 가려 섬긴다. -(三國志演義)

義者不爲不仁者死 智者不爲闇主謀(의자불위불인자사 지자불위암주모)

의로운 자는 명분과 도덕을 지키지 않는 자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지 않으며, 지혜로운 자는 어리석은 군주를 위해서 꾀를 내지 않는다. -(三略), (中略)

夫君子不遊于毒草之傍, 不息乎惡木之下(부군자불유우독초지방, 불식호악목지하)

대체로 군자는 독초 곁에서 놀지 않고, 나쁜 나무 아래서 쉬지 않는다. -(東文選)

주옥(珠玉)같은 선조들의 교훈을 역행(逆行)하는 자들 과연 오래도록 행복할까?

국민들은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싸우는 그들의 모습을 또 얼마나 겪어야 하는가….

정말 지겹다.

장상현/전 인문학 교수

장상현 교수님-수정
장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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