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목원대학교 개교 70주년 기념 '72인의 피아니스트', 새로운 전통의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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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목원대학교 개교 70주년 기념 '72인의 피아니스트', 새로운 전통의 출발점

오지희 음악평론가

  • 승인 2024-11-18 14:36
  • 신문게재 2024-11-19 19면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오지희 음악평론가
오지희 음악평론가.
지난 11월 3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목원대학교 음악대학 피아노 학부 주최로 개교 70주년 기념 음악회가 열렸다. 제목만으로도 놀라운 감탄을 불러일으킨 72인의 피아니스트.

한 공연에 등장인물이 72명이나 등장하는 장르는 대규모 오페라나 합창단, 오케스트라를 제외하고 현실적으로 찾기 어렵다. 등장인물이 많은 음악회는 관련 인적자원이 풍부해야 성사된다. 다시 말해서 단일 악기로만 구성된 빅 이벤트에 72명이나 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70학번 1회 졸업생부터 24학번 신입생까지 50년 넘게 전통과 음악적 기반을 갖췄기 때문이다.

연주 프로그램 면면을 살펴보니 고전 낭만시기 웅장한 서곡을 중심으로 교향곡, 관현악곡을 레퍼토리로 배치해 이번 연주회가 진정 축제의 음악제임을 선포하고 있다. 그렇기에 4대의 피아노로 8명이 한 무대마다 오를 때마다 다양한 색깔을 가진 오케스트라 작품이 피아노로 어떻게 구현되는지 흥미진진했다. 그 과정에서 원작품과 피아노편곡이 표현하는 예술적 심미성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우선 전반부 장엄한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을 시작으로 교향곡 5번 운명이 이어졌다. 이 두 곡은 전체 음악회의 실질적인 서곡 역할과 오케스트라 무대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그 뒤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 슈베르트의 로자문데 서곡,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과 같은 연주회용 서곡을 통해 낭만시기 음악이 지닌 노래하는 선율과 충만한 화음의 조화를 선보였다.



후반부 첫 곡 브람스의 대학축전 서곡과 이어진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은 희망찬 미래를 향해 축포를 쏘아 올린 선택이었으며, 샤브리에의 환상적인 스페인 랩소디와 구노의 화려한 파우스트 왈츠로 달아오른 분위기는 하차투리안의 격렬한 칼의 춤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목원대학교 개교 70주년을 기념하며 함께 축하하는 모든 이와 기쁨을 누리려는 음악회의 분명한 의도가 담겨있었다.

분명 9개 무대 팀들이 들려준 기량은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기술적 테크닉의 영역도 작용했지만 근원적으로 소리 예술이라는 음악적 특성에 기인해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했다. 소리 울림은 두 사람의 앙상블도 맞추기 쉽지 않다. 하물며 서로 다른 악기가 음색을 보완해 줄 여지 없이 피아노로만 8명이 일치하기는 고도로 난해한 방정식을 푸는 것과 같다. 즉 작품의 해석과 예술적 표현을 넘어 이런 방식의 연주는 연주자 간 호흡 일치가 핵심이다.

그런 면에서 팀을 이끈 중심 연주자와 연주자 간 심리적 테크닉이 조화를 이룬 음악은 슈베르트 로자문데 서곡이었다. 상대적으로 다른 작품에 비해 화려하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었음에도 슈베르트 특유의 노래가 지닌 아름다운 선율을 잘 살려냈다. 리더인 민경희 명예교수의 리더십과 노장의 노련미가 안정적으로 드러난 연주였다.

또한 고른 연주실력으로 음악적 균형감이 돋보인 음악은 단연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이었다. 활발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부분에서 자칫 소리가 뭉쳐 나올 수도 있었는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로시니 음악이 지닌 격정성과 서정성을 잘 표현했다. 브람스의 대학축전 서곡 역시 점차 표현력이 확대되어 나가는 곡의 특성을 전체 팀이 일치해 만들어나가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나아가 리듬감 표출이 중요한 피날레 춤곡에서 칼의 춤을 통해 마침내 작품의 본질을 살려내고 대미를 장식한 연주도 관객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이렇듯 72인의 피아니스트들이 들려준 음악은 9개 무대마다 개성이 뚜렷해 매번 새로운 음악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다양한 연령대 연주자들이 모여 연습하고 맞추는 과정 그 자체가 인간적인 화합과 음악적 발전의 매개체로 작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개교 기념을 축하하는 이번 연주회는 결과적으로 목원대학교 음악대학의 새로운 전통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알리는 상징적 신호탄이 될 것이다. /오지희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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