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중도일보 DB] |
"진영이나 정파를 초월한 협력을 어느 때보다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 '초당적 협력'을 강조했다. 여소야대 국회 구도를 의식한 듯 의회의 역할과 초당적 협력의 필요성을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임기 반환점을 맞는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의 대야 관계는 대립의 연속이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가 통과시킨 24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고, 22대 국회 개원식과 올해 시정연설에도 불참했다.
거부권이 대통령의 권한이라지만, 이승만 대통령을 제외한 역대 대통령들의 거부권 행사 횟수가 한 자릿수에 불과한 만큼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대통령의 개원식 불참 역시 민주화 이후 37년 만이며, 국회에 내년도 예산안 협조를 구하는 시정연설에 국무총리를 보낸 것도 이례적이다.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없이 채택한 인사도 30명에 달한다. 일각에서 국가 권력의 한 축인 국회를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2대 총선 이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양자회담을 추진하고,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에 '정무통' 인사들을 앉혀 경색된 대야 관계가 개선될 것이란 희망 섞인 전망도 나왔으나, 그때뿐이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뿐만 아니라 여당인 국민의힘과의 당정 관계도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20대 대선부터 갈등을 겪던 이준석 전 대표 체제가 정부 출범 이후 무너졌음은 물론 지금 한동훈 대표와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윤 대통령 임기 전반기에만 당 대표 3명, 비상대책위원장 4명이 바뀔 정도로 당정 관계는 혼란을 거듭했다.
중앙의 극심한 대립 정치는 지역에도 번지고 있다. 특히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충청권 주요 의석을 차지하면서 민주당 국회의원과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 간의 갈등이 더욱 깊어지는 중이다.
그중에서도 대전이 가장 심각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전시당이 주요 사안을 놓고 논평 공방전을 벌이더니, 이제는 국민의힘 이장우 대전시장과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설전을 벌이며 직접 맞붙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어렵사리 성사된 이 시장과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예산정책간담회는 양측의 갈등이 폭발한 현장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이 정례적인 협의체 구성과 이 시장의 소통 부족을 차례로 지적하자, 이 시장이 발끈하며 공방을 주고받은 것이다.
비공개로 전환된 자리에서 양측이 연 2회 모임에 합의했으나, 민주당 수석 보좌관들과 대전시 실무 공직자 간 정례적인 모임엔 이견을 보여 성사되지 못했다.
지역과 중앙 모두 협치가 실종된 상황은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지금의 극한 대립이 이어질 경우 후반기 핵심 과제 추진을 위한 동력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당장 내년도 예산만 하더라도 주요 사업의 증액 또는 반영이 급선무지만,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충청 모 전직 국회의원 A씨는 "중앙은 물론 지역도 서로를 국정과 지역을 위한 카운터파트너로 애초에 인식하지 않다 보니 대립이 더욱 격화되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 임기 반환점을 맞는 시기가 협치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계속되는 권력 투쟁의 정치는 국민들의 피해로 돌아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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