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40대 B씨는 경력단절 여성이다. 자녀 둘을 양육하기 위해선 남편과 자신 중 한 명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 동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이어가며 생계비를 보탰던 그는 지난해 한 중견기업에 취업했다. 비록 기간제로 채용됐지만, 결혼 전에 하던 업무와 비슷했고 무엇보다 '남들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쉰다는 점'이 좋았다. 평소 사회성도 밝고 성실했던 탓에 직원들과도 친하게 지냈지만, 몇 달 뒤면 회사를 나가야 한다. 기간제법에 따라 2년이 지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 회사에서 계약해지를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이 13일 오후 '기업과 지속적인 협업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 근로자 수 300인 이상 대규모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김흥수 기자 |
대전고용노동청이 13일 개최한 '기업과 지속적인 협업을 위한 간담회'에서 대기업과 중견기업 인사업무 담당자들은 이 같은 애로사항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위의 사례처럼 자발적 기간제 근로 희망자에 대한 제도적 부작용부터, 중견기업 성장 이후 지원 혜택 축소까지 다양한 질의가 쏟아졌다.
먼저 세종에 공장을 둔 N기업 관계자는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정부와 국회에서 '육아지원 3법' 도입 등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희 회사의 경우, 육아휴직자가 발생하면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하는 데 보통 3개월가량 직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몇 개월 뒤에 휴직자가 복직하게 되면 계약해지를 하게 되는데, 숙련된 근로자를 잃는 것 같아 회사는 물론 근로자 더 나아가 국가적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회사 규정상 정원이 있기 때문에 추가채용을 할 수도 없는데, 법과 제도에 묶여 아까운 인재를 잃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제약업체인 C기업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경우 100명 안팎의 중소기업 규모인데, C그룹의 자회사로 분류돼 기업지원제도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사각지대 해소를 요구하기도 했다.
최근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한 기업은 '피터팬 증후군'을 체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이었는데 얼마 전 인원 제한에 걸려 중견기업으로 분류됐다"며 "평소 정부 기관으로부터 정책자금,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을 받았지만 이제 사실 거의 모든 지원이 중단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을 넘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단계별 지원 제도를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전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오늘 간담회에서 나온 대부분의 의견들이 법과 제도 개선에 대한 사안이었다"면서 "유관기관들 함께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지 검토해보고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답했다.
김흥수 기자 soooo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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