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일인 14일 대전교육청 27지구 제11시험장에 들어가기 전에 학부모가 자녀를 포옹으로 격려하며 자신감을 충전해주고 있다./사진=오현민 기자 |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인 14일 오전 7시 만년고(대전교육청 27지구 제11시험장) 앞. 고요한 분위기 속 수험생들이 하나 둘 정문을 통과했다. 수험생들은 춥지 않은 날씨 덕에 비교적 가벼운 옷차림을 한 채 경직된 표정을 보였다.
교문 앞 요란한 단체·이색 응원전은 없었지만 가족과 교사, 친구, 선·후배들의 차분한 응원은 이어졌다. 30분 뒤인 7시 30분부터 시험장 앞 도로는 차량 행렬이 이어지며 수험생들이 도착했다. 경찰들은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수험생들은 긴장감을 숨기려는 듯 애써 미소를 짓고, 자녀를 배웅하는 학부모는 마음이 심란한 듯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첫째 딸을 배웅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시험장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는 표지안(47) 씨는 딸이 입실한 것을 확인했음에도 한동안 발을 떼지 못했다. 표 씨는 "자녀가 치르는 첫 수능인데 제가 왜 울컥하는지 모르겠다"며 "오늘 시험을 위해 그동안 너무 고생했고 긴장하지 말고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라고 말하며 한참 뒤에야 자리를 떠났다.
수능 시험장에 들어가기 앞서 친구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오현민 기자 |
검정고시를 통해 또래보다 먼저 수능을 보는 친구를 응원하러 온 한지혜(17) 양은 "친구가 너무 긴장하는 바람에 마킹용 사인펜도 안 챙겨왔다"며 "너무 긴장하지 말고 수능 만점 받았으면 좋겠다"며 시험을 앞두고 긴장한 친구의 웃음을 이끌어 냈다.
정문 폐쇄시간 전 가까스로 도시락통을 전달한 학부모도 있었다. 폐쇄시간 2분을 앞둔 오전 8시 8분께 한 학부모가 차에서 급하게 내려 관리인에게 자녀의 도시락통 전달을 요청했다. 이 학부모는 "자녀가 도시락통을 놓고 왔다는 문자를 보고 바로 달려왔다"며 늦지 않아 다행스러운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또 다른 시험장인 중앙고(대전교육청 27지구 제30시험장) 앞엔 선생님이 직접 나서 제자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제자들을 악수로 맞이한 명석고 교사는 주병옥(50) 씨는 "풀린 날씨만큼 아이들의 표정도 풀려있어서 마음이 한결 놓인다"며 "그동안 열심히 준비한 만큼 잘 하고 올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긴장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시험을 보라는 부모의 응원과 함께 뜨거운 포옹을 나누고 있다./사진=오현민 기자 |
하나뿐인 딸을 배웅하기 위해 시험장을 찾은 이순형(50) 씨는 딸의 가방을 대신 메고 딸의 도시락과 수험표를 재차 확인하며 시험장으로 향하는 딸을 살뜰히 챙겼다.
이 씨는 "그동안 딸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 와서 더욱 떨리는 기분"이라며 "결과가 어떻든 최선을 다하고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현민·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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