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네 이웃의 재물을 탐하지 마라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네 이웃의 재물을 탐하지 마라

정연헌 변호사

  • 승인 2024-11-14 16:56
  • 신문게재 2024-11-15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정연현-변호사
정연헌 변호사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양심교육을 잘 받아 길거리에 떨어진 남의 물건을 함부로 가져가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공자가 노나라 중도라는 고을을 다스리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남의 것을 훔치는 사람은커녕 길거리에 떨어진 물건을 줍는 자가 없었다고 할 정도로 이는 사회 질서와 양심 수준을 판단할 한 척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양심이 욕심에 가려져 남의 물건을 탐하게 되거나 남의 교통카드나 신용카드를 사용하다가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어떤 재외교포는 한국에 약 한 달간 체류하다가 출국을 앞두고 가족들과 식사를 하면서 그 동안 모국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그 때 그 교포는 지하철 탈 때 일회용 교통카드를 사용하는 불편함이 있었는데 현관 붙박이 신발장 위에 놓여 있던 교통카드를 유용하게 잘 썼다며 어머님께 감사의 인사를 하였다. 그러나 이 교통카드는 재외교포의 어머니가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주운 외국인 전용 교통카드 겸 선불카드로 유실물 습득 신고를 하려고 신발장 위에 놓아 둔 것이어서 문제였다.

가족들이 주운 카드를 사용하면 죄가 된다고 말하자 너무나 양심적인 재외교포는 곧바로 근처파출소에 자수하였고, 파출소에서는 절차대로 경찰서로 이첩하여 형사처벌을 받을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재외교포는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하여 여러가지 입증자료를 제출하며 자신의 진정성을 믿어 달라고 탄원하였다. 다행히 열린 마음을 가진 경찰관은 여러가지 정황상 재외교포가 유실물인지 모르고 사용하였다는 재외교포의 진정성을 믿고 입건 전 조사종결(혐의없음) 결정을 하였다. 양심적인 재외교포는 큰 불이익 없이 해프닝으로 끝난 이 일을 고국에서의 마지막 추억으로 삼았다. 재외교포와 달리 악의적으로 남의 물건을 가질 생각으로 주워 가거나, 주운 신용카드나 교통카드를 사용하면 분실현장의 CCTV, 신용카드 사용장소에서의 CCTV 등으로 추적이 가능하여 피해자가 신고하면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렵다.

길거리 등 관리하는 사람이 없는 장소에서 물건을 주워 가면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처벌받는다. 식당, 건물 등 관리하는 사람이 있는 장소에서 다른 사람이 잃어버린 물건을 주워 식당 종업원 등에게 맡기지 않고 가지고 가면 절도죄로 처벌받는다. 나아가 다른 사람이 잃어버린 신용카드로 물건을 사거나 교통수단을 이용하면 사기,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죄 등 어마어마한 죄가 추가되어 점점 용서받기 어려워진다.



이제 주운 물건을 가지고 가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이 널리 알려져 처벌받는 사례가 줄고 있지만 아직도 부지불식간에 범죄에 연루될 수 있는 일들이 도처에 깔려 있다. 가로수나 공원 관공서에 있는 모과나무에서 모과를 따 가는 것도 절도죄가 될 수 있어 위험한 일다. 요즘처럼 평등성, 공정성을 높은 가치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서 누군가 스마트폰으로 촬영하여 신고하면 참으로 난감해 질 수 있다. 등산하다가 남의 산에서 임산물을 채취하는 것은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산림절도)'죄라는 엄청난 죄명으로, 캠핑 중 식재료가 모자라 친구랑 둘이 남의 밭에서 소량의 농작물을 따 가는 것은 특수절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1960-70년대 감성에서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으나 이제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 정보화 사회를 거쳐 4차산업혁명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사회가 바뀌면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에 뒤떨어지는 것을 지나 관재수에 휘말릴 수 있다. 이제 공원이나 관공서 마당에 달려 있는 과일은 시민 모두를 위한 관상용으로, 농민의 농작물이나 임산물은 넉넉한 인심의 대상이 아니라 돈을 주고 사는 상품으로 명확히 인식하고 살아야 한다. CCTV의 힘이 아니라 내면의 양심의 힘으로, 처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인과 의로 말미암는 절제의 힘으로 법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 관재수를 피하려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찜찜한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유등교 침하 4개월… 임시교량 지연에 도마큰시장 상인과 교통경찰 '시름'
  2. [사설] 'N수생' 몰린 수능, 무탈하게 치러지길
  3. [사설] 아산시 등 '대도시 기준' 전향적으로 낮춰야
  4. 교권침해 판정에 사과 대신 행정소송… 대전교사노조 "경각심 일깨울 판정 촉구"
  5. [기획] 충청권 유니버시아드 아이콘될까… 충남과 보령 그리고 비치발리볼
  1. 2025학년도 수능 D-1, 유의사항 읽는 수험생들
  2. 소방안전교부세 특례 일몰에…충청권서도 반대 목소리
  3. 대전서부교육지원청 수석교사-신규교사 1대 1 수업나눔장학
  4. 우승한 한밭대 교수, 실전 창업경험 담은 '생존창업 1%' 출간
  5. 태양 코로나그래프 국제우주정거장에 무사히 설치… 2025년 1월 본격 관측

헤드라인 뉴스


수능 끝, 본격 `대입 레이스`…가채점 바탕 정시전략 수립을

수능 끝, 본격 '대입 레이스'…가채점 바탕 정시전략 수립을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나고 본격적인 '대입 레이스'가 시작된다. 수시모집 대학별 고사와 함께 12월 31일부터는 정시모집 원서접수에 돌입한다. 수험생들은 12월 6일 수능성적 발표 전까지 가채점 결과를 바탕으로 정시 지원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입시 전문가들은 가채점 기준으로 정시 지원 가능성을 분석하고, 수능성적 발표 후에는 최종 지원 대학과 학과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시모집에서는 수능성적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대학별 수능 영역별 반영방법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철저히 분석해 지원전략을..

`역대 최대 N수생` 2025학년도 수능 작년보다 쉬웠다… 변별력 확보 관건
'역대 최대 N수생' 2025학년도 수능 작년보다 쉬웠다… 변별력 확보 관건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14일 전국 85개 시험지구 1282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로 N수생이 역대 가장 많이 응시한 이번 수능은 전반적으로 전년도 수능보다 체감 난이도가 낮아지면서 변별력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25학년도 수능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출제했다는 게 출제본부의 설명이다. EBS 연계율을 평균 50% 수준으로 하고 2023년 6월 교육부의 사교육 경감 대책에 따라 이른바 '킬러문항'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출제됐다. 최중철..

무인카페 비밀번호 알아내 500만원어치 무단취식한 고등학생들
무인카페 비밀번호 알아내 500만원어치 무단취식한 고등학생들

대전 한 무인카페에서 10대 무리가 돈을 내지 않고 음료를 수차례 뽑아 마신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점주는 이 학생들로 인해 500여 만 원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일 한 무인카페 점주로부터 '돈을 내지 않고 음료를 뽑아 먹은 학생들이 있다'는 신고를 받았다. 해당 점포의 키오스크(무인 단말기)에는 관리자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무료로 음료를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점주는 비밀번호를 통해 마신 음료의 금액이 과도하게 많다는 사실을 파악한 후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인근 고등..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우리 딸 파이팅’ ‘우리 딸 파이팅’

  • 수능 끝…‘고생했어 우리 딸’ 수능 끝…‘고생했어 우리 딸’

  • 수능 기다리는 수험생들…‘긴장되는 순간’ 수능 기다리는 수험생들…‘긴장되는 순간’

  • 2025학년도 수능 D-1, 유의사항 읽는 수험생들 2025학년도 수능 D-1, 유의사항 읽는 수험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