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헌 변호사 |
어떤 재외교포는 한국에 약 한 달간 체류하다가 출국을 앞두고 가족들과 식사를 하면서 그 동안 모국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그 때 그 교포는 지하철 탈 때 일회용 교통카드를 사용하는 불편함이 있었는데 현관 붙박이 신발장 위에 놓여 있던 교통카드를 유용하게 잘 썼다며 어머님께 감사의 인사를 하였다. 그러나 이 교통카드는 재외교포의 어머니가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주운 외국인 전용 교통카드 겸 선불카드로 유실물 습득 신고를 하려고 신발장 위에 놓아 둔 것이어서 문제였다.
가족들이 주운 카드를 사용하면 죄가 된다고 말하자 너무나 양심적인 재외교포는 곧바로 근처파출소에 자수하였고, 파출소에서는 절차대로 경찰서로 이첩하여 형사처벌을 받을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재외교포는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하여 여러가지 입증자료를 제출하며 자신의 진정성을 믿어 달라고 탄원하였다. 다행히 열린 마음을 가진 경찰관은 여러가지 정황상 재외교포가 유실물인지 모르고 사용하였다는 재외교포의 진정성을 믿고 입건 전 조사종결(혐의없음) 결정을 하였다. 양심적인 재외교포는 큰 불이익 없이 해프닝으로 끝난 이 일을 고국에서의 마지막 추억으로 삼았다. 재외교포와 달리 악의적으로 남의 물건을 가질 생각으로 주워 가거나, 주운 신용카드나 교통카드를 사용하면 분실현장의 CCTV, 신용카드 사용장소에서의 CCTV 등으로 추적이 가능하여 피해자가 신고하면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렵다.
길거리 등 관리하는 사람이 없는 장소에서 물건을 주워 가면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처벌받는다. 식당, 건물 등 관리하는 사람이 있는 장소에서 다른 사람이 잃어버린 물건을 주워 식당 종업원 등에게 맡기지 않고 가지고 가면 절도죄로 처벌받는다. 나아가 다른 사람이 잃어버린 신용카드로 물건을 사거나 교통수단을 이용하면 사기,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죄 등 어마어마한 죄가 추가되어 점점 용서받기 어려워진다.
이제 주운 물건을 가지고 가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이 널리 알려져 처벌받는 사례가 줄고 있지만 아직도 부지불식간에 범죄에 연루될 수 있는 일들이 도처에 깔려 있다. 가로수나 공원 관공서에 있는 모과나무에서 모과를 따 가는 것도 절도죄가 될 수 있어 위험한 일다. 요즘처럼 평등성, 공정성을 높은 가치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서 누군가 스마트폰으로 촬영하여 신고하면 참으로 난감해 질 수 있다. 등산하다가 남의 산에서 임산물을 채취하는 것은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산림절도)'죄라는 엄청난 죄명으로, 캠핑 중 식재료가 모자라 친구랑 둘이 남의 밭에서 소량의 농작물을 따 가는 것은 특수절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1960-70년대 감성에서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으나 이제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 정보화 사회를 거쳐 4차산업혁명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사회가 바뀌면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에 뒤떨어지는 것을 지나 관재수에 휘말릴 수 있다. 이제 공원이나 관공서 마당에 달려 있는 과일은 시민 모두를 위한 관상용으로, 농민의 농작물이나 임산물은 넉넉한 인심의 대상이 아니라 돈을 주고 사는 상품으로 명확히 인식하고 살아야 한다. CCTV의 힘이 아니라 내면의 양심의 힘으로, 처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인과 의로 말미암는 절제의 힘으로 법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 관재수를 피하려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찜찜한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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