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박형섭 대표의 상상 속의 작품 세계

  • 오피니언
  • 문예공론

[문예공론] 박형섭 대표의 상상 속의 작품 세계

민순혜/수필가

  • 승인 2024-11-13 21:18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KakaoTalk_20241112_171145694_01
지난 여름 폭염이 한창일 때였다. 다소 무료하게 느껴지던 어느 한낮, 시 모임 단체톡에 올라온 '길 위에 인문학' 포스터에서 『파주책나라』 박형섭 대표의 이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조치원작은도서관>에서 "청춘, 인문학과 상상력으로 맞팔하다"라는 내용으로 각 작가를 초청, 매주 금요일마다 12주 동안 강연이 진행 중이었다. 박 대표는 '건축과 맞팔'로 2주간 강연한다.

나는 문득 지난 비디오테이프를 되돌려 보듯 잊고 있던 11년 전 어린이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떠올랐다. 그 당시 《해외문화유학원》에서 근무하면서 매년 봄, 가을이면 미국에 갔었다. 약 한 달 정도 머물며 여름방학, 겨울방학 <중?고등학생 영어연수> 프로그램을 위한 학습 설계도 하고, 현지 문화도 익히며 틈나는 대로 부근에 유적지 혹은 학교를 탐방했다.

그런 연유로 국내에서는 지인의 부탁으로 유아와 초등생 영어 회화를 지도했다. 어린이들에게는 어린이 영어 회화를 가르쳤지만, 나는 실제 어린이를 키운 적이 없다 보니 어린이 동화책을 많이 읽었다. 책을 읽고 어린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주다 보니 독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어 더 많이 찾아 읽곤 했던 것 같다. 그즈음이었다. 「책하고 놀자」를 읽었던 것도.

사실 그의 이름을 보고 동명이인이 아닌가 했는데, 실제 만나고 보니 「책하고 놀자」 저자 박형섭 맞았다. 책은 2013년 발행이었으니까 11년 전인데도 또렷이 생각나는 건 그 당시에 베스트셀러여서 일 것이다. 책 소개에 '저자는 각종 책 축제와 독서 캠프, 강연 등으로 다년간 쌓아온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만들어야 할 독서 프로그램과 이것을 어떻게 축제로 접목해야 할지를 이야기한다.'라고 쓰여있는 것을 보고 그의 상상 속의 세계는 무한한 것 같다는 생각했던 기억이 났다.



사실 그는 그 당시 회사에서는 문학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주로 기획과 교육에 관한 일을 했다. 어느 날 회사 대표가 파주출판단지에서 출판사를 한다고 하면서 그곳에서 일을 함께 하자는 제안이 왔다. 그때가 2006년, "앞으로의 출판은 책만 내어서는 안 된다. 각종 프로그램을 해야 하고 축제 등 마케팅을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 분야가 블루오션이다. 기획을 많이 했던 너의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라고.

박 대표는 그때부터 파주출판도시 '어린이책잔치'와 '독서캠프' 등을 기획했다. 다행히 반응이 좋아 좀 알려졌고, 서울국제도서전 기획단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책에 관한 일을 했다. 그동안 '강남북페스티벌', '삼척그림책축제', '고성공룡책축제' 등 많은 책 축제를 기획했다. 그 경험으로 도서관과 학교 사서 교육에 범위를 넓혀 인문학 강연까지 하게 되었다고 그간의 긴 여정을 한달음에 말했다.

그는 솔직히 책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작가들이 무척 부러웠다고 했다. 이 분야와 전혀 상관없던 그에게 출간은 상상 속의 세계일 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점점 강의가 많아지다 보니 강의에서 못한 말과 더욱 많은 정보를 원하는 독자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그 얘기를 담담히 책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첫 책이 2013년 「책하고 놀자」인데 이건 독서프로그램과 책 축제 기획에 관한 내용이다. 첫 책이 나오니 그는 자신이 생겼다.

특히 그는 역사를 좋아해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에 비행기가 있었다는 기록을 소재 삼아 2015년 역사 동화 「진주성을 나는 비차」를 출간했다. 역사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편하게 들려주자는 각오로 썼는데 이것도 반응이 좋아 <세종도서>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이 책 덕분에 역사 동화 작가로 알려지면서 그는 어린이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KakaoTalk_20241112_171145694_03
그의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책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이다. 책만 보면 졸립던 학창 시절이 생각나서였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암기하면 어렵고 싫증이 났던, 그러니 책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내서 그 시대로 들어가는 경험을 전달해 주고 싶었던 것이다. 「진주성을 나는 비차」 내용 중에 주인공이 친구와 시장에서 만나는 장면이 있는데, 씨름장의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얘기했다. 그런데 읽고 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김홍도의 <씨름>이다. 이처럼 교과서에서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소화되는 경험을 독자들에게 전해 주고 싶다고 한다.

다만 한 가지 걱정은 근래 학생들의 문해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긴 글을 못 읽는다. 텍스트보다 이미지가 우선되니, 글씨도 엉망이다. 물론 아이들 책임은 절대 아니다. 그는 문학과 출판이 경쟁력을 갖도록 정책을 짜고 현업에서 그런 일을 하고 싶다고 한다. 그는 지금 경남 고성을 그런 곳으로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작가들이 숲에서 살며 창작을 하고 독자는 그런 작가를 찾아 숲에서 이야기꽃을 나누고, 시골길과 바닷가를 걸으며 자연과 문화에 흠뻑 빠지는 곳으로 만들고 있다고 한다. 몇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만들고 있다며 내게 말한다. 멋진 일 아닌가요? 당연히 멋지다. 나는 물론 독자로 틈날 때마다 자주 방문해서 지상의 낙원 같은 그곳에서 책의 향유를 함께하고 나누고 싶다.

그날 저자 박형섭 「책하고 놀자」를 읽은 지 11년 만에 <조치원작은도서관>에서 처음 만나서 책 이야기를 나누다가 늦게 대전으로 오는데 뭔지 모르게 마음이 풋풋했다. 책이 주는 위력일 것이다.

민순혜/수필가

민순혜
민순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금강환경청, 자연 복원 현장서 생태체험 참여자 모집
  2. "방심하면 다쳐" 봄철부터 산악사고 증가… 대전서 5년간 구조건수만 829건
  3. [기고]대한민국 지방 혁신 '대전충남특별시'
  4. [썰] 군기 잡는 박정현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5. 기후정책 질의에 1명만 답…대전 4·2 보궐선거 후보 2명은 '무심'
  1. 보은지역 보도연맹 희생자 유족에 국가배상 판결 나와
  2. 안전성평가연구소 '국가독성과학연구소'로 새출발… 기관 정체성·비전 재정립
  3. 지명실 여사, 충남대에 3억원 장학금 기부 약속
  4. 재밌고 친근하게 대전교육 소식 알린다… 홍보지원단 '홍당무' 발대
  5. '선배 교사의 노하우 전수' 대전초등수석교사회 인턴교사 역량강화 연수

헤드라인 뉴스


충청 4·2 재·보궐 결전의 날… 아산·당진·대전유성 결과는?

충청 4·2 재·보궐 결전의 날… 아산·당진·대전유성 결과는?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정국에서 펼쳐지는 첫 선거인 4·2 재·보궐 선거 날이 밝았다. 충청에선 충남 아산시장과 충남(당진2)·대전(유성2) 광역의원을 뽑아 '미니 지선'으로 불리는 가운데 탄핵정국 속 지역민들의 바닥민심이 어떻게 표출될지 관심을 모은다. 이번 재·보궐에는 충남 아산시장을 포함해 기초단체장 5명, 충남·대전 등 광역의원 8명, 기초의원 9명, 교육감(부산) 1명 등 23명을 선출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놓고 여야 간 진영 대결이 극심해지면서 이번 재·보궐 선거전은 탄핵 이슈가 주를 이뤘다. 재·보궐을 앞..

‘전원일치 의견’이면 이유 요지 먼저 설명한 후 마지막에 ‘주문’
‘전원일치 의견’이면 이유 요지 먼저 설명한 후 마지막에 ‘주문’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과 관련,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이 ‘전원일치’이면 이유의 요지를 먼저 설명한 후 마지막에 ‘주문’을 낭독한다. 헌법재판소의 실무지침서인 ‘헌법재판 실무제요’ 명시된 선고 절차다. 재판관들의 의견이 엇갈리면 주문 먼저 읽은 후에 다수와 소수 의견을 설명하는 게 관례지만, 선고 순서는 전적으로 재판부의 재량에 달려있어 바뀔 수 있다. 선고 기일을 4일로 지정하면서 평결 내용의 보안을 위해 선고 전날인 3일 오후 또는 선고 당일 최종 평결, 즉 주문을 확정할 가능성이 크다. 평결은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이 의견을..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공식 첫 걸음…대전지역 금융 기반 기대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공식 첫 걸음…대전지역 금융 기반 기대

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는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이하 소호은행)이 1일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전국 최초의 소상공인 전문은행 역할을 지향하는 소호은행은 향후 대전에 본사를 둔 채 충청권 지방은행의 역할을 일부 수행하며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소호은행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상공인 맞춤형 금융서비스 계획을 발표했다. 컨소시엄을 이끄는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KCD) 대표는 "대한민국 사업장의 절반 이상이 소상공인, 대한민국 경제 활동 인구의 4분의 1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 재·보궐선거 개표소 설치 재·보궐선거 개표소 설치

  • 3색의 봄 3색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