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축제의 정체성과 미래 비전은 한글에 있을까. 사진은 2024년 세종축제 현장 모습. 사진=세종시 제공. |
당장 2024년 10~11월 사이 열려 흥행에 성공한 대전의 빵 축제(4회)와 강원도 원주의 만두축제(2회), 경북 김천의 김밥 축제(1회), 구미의 라면 축제(3회)는 한번 쯤 고민해볼 지점을 찾게 한다. 모두 음식을 소재로 하고, 코로나19 시기를 거쳐 서서히 대중의 관심을 얻는 데 성공했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대전은 성심당, 원주는 목민심서에 등장한 지역 음식, 김천은 김밥천국이란 브랜드에서 착안한 아이디어, 구미는 농심 라면 공장을 토대로 이들 행사를 성공 축제의 반열에 올려놨다. 현장을 다녀온 이들의 보완 요구사항도 분명히 있으나, 수도권의 초집중·과밀에 맞서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활력 도시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기제임은 분명하다.
결국 성공의 원동력은 아이디어와 도시 브랜드 및 정체성 찾기에서 비롯하고, 여기에 지역 민관정의 절실한 노력이 보태졌다.
11월 12일 문화체육관광부의 자료를 보면, 세종시의 현주소는 더욱 여실히 드러난다. 주민과 지역 단체, 지방정부가 공동 또는 단독으로 개최해 외부의 불특정 다수인이 2일 이상 참여하는 축제 면면에 세종시를 찾기 힘들었다.
실제 명함을 내밀 만한 축제는 전의 조경수 묘목 축제(제17회, 3월), 조치원 봄꽃 축제(4~5월), 조치원 복숭아 축제(7~8월), 세종축제(10월)가 전부로 확인됐다.
이에 반해 경기도는 이 같은 유형의 축제를 144개나 보유하고 있고, 경남(135개)과 전남(121개), 강원(117개), 충남(106개)이 100개 이상, 전북(87개)과 경북(86개), 서울(77개), 부산(55개)이 50개 이상을 선보이고 있다. 이어 제주(49개)와 인천(40개), 충북(39개), 울산(36개), 대구(33개), 광주(21개), 대전(20개) 순으로 나타났다.
분류 기준은 문화관광 축제와 특산물 축제, 문화예술제, 일반축제에다 국가 지원 축제를 포함한다. 가요제와 기념식, 연극제, 경연대회 등 특정 계층 참여 행사나 음악회 또는 전시회 등 순수 예술행사, 학술행사, 국제회의, 엑스포, 패션쇼 등은 제외했다.
세종시는 2020년~2025년까지 5년 간 서울·대전 등과 함께 단 1건의 문화관광 축제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세종축제만 예비 축제로 계속 머물러 있다. 세종축제의 후발 주자라 할 수 있는 '연날리기 축제(2월)', '낙화축제(5월)', '빛 축제(12월)' 등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호응도 면에서도 세종축제는 12년 간 주민 화합형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지역개발을 견인하는 역할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불러들인 방문객은 각각 20만 명 수준에 머물렀다. 이 안의 구성이 내·외부인지도 공표되지 않았다.
2023년 기준 각 지역별 최다 집객 축제를 보면, ▲강원도 : 1월 화천 산천어축제(예산 29억 원, 방문객 131만 5476명) ▲경남 : 3월 진해 군항제(15억여 원, 417만여 명) ▲경북 : 9월 안동 국제 탈춤 페스티벌(20억 원, 88만여 명) ▲광주 : 10월 동구 추억의 충장축제 및 버스킹 월드컵(33억 원, 119만여 명) ▲대전 : 8월 0시 축제(33억여 원, 109만여 명) ▲부산 : 12월 해운대 빛 축제(378만여 명) ▲충남 : 공주와 부여의 9월 백제문화제(55억 원, 343만 명) 등과 큰 격차를 보였다.
꽃 또는 정원 관련 축제로 축소해도, 경기도의 10월 중순 포천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꽃 축제(2억 원, 42만여 명), 경남의 10월 마산 국화 축제(10억 원, 69만여 명), 전북 익산의 천만송이 국화축제(14억여 원, 72만 명), 전남의 3월 광양 매화축제(11억여 원, 122만여 명), 인천의 4월 대공원 벚꽃 축졔(2억 원, 53만여 명), 서울 중랑구의 장미축제(4억 원, 260만 명) 등과 견줄 만한 콘텐츠 요소가 없다.
빛 관련 축제도 마찬가지다. 경기도의 9~10월 수원 화성 미디어아트(16억여 원, 48만여 명), 경남도 진주 남강 유등축제(39억여 원, 126만 명), 부산의 11월 불꽃축제(30억 원, 77만 명), 전북의 8월 말 무주 반딧불 축제(25억 원, 42만 명), 서울의 12월 말 라이트 광화문(36억여 원, 189만여 명)에는 많은 인파가 몰렸다.
2024년 국제정원도시박람회와 빛 축제 예산 삭감 논란에 직면해 있는 세종시. 시민사회는 이 같은 상황이 상처와 소모적 논란으로만 남지 않고, 2030년 도시 완성기까지 새로운 미래를 찾는 진통의 과정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세종=이희택 기자 press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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