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섭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
민법은 제867조 제1항에서 "미성년자를 입양하려는 사람은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라고, 제2항에서 "가정법원은 양자가 될 미성년자의 복리를 위하여 그 양육 상황, 입양의 동기, 양부모의 양육능력,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입양의 허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가사사건은 미성년자의 복리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게 된다. 유엔의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역시 입양 시 아동의 이익을 우선시하도록 규정한다.
위 사건에서는 사건본인의 친 생모가 사건본인을 출산한 뒤 사건본인 생후 7개월 때 자신의 부모인 재항고인들[미성년인 손자녀의 조부모를 말함] 집에 사건본인을 두고 갔고, 그때부터 재항고인들이 외손자인 사건본인을 양육했다. 재항고인들은 사건본인의 친생부모와 교류가 없고, 사건본인이 재항고인을 부모로 알고 성장하였으며, 가족이나 친척, 주변 사람들도 재항고인들을 사건본인의 부모로 대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사건본인의 입양에 대한 허가를 청구하였고, 사건본인의 친생부모는 재항고인들의 입양에 동의하였다.
?이에 대해 원심은, 사건본인의 친 생모가 생존하고 있어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을 입양하면 가족 내부 질서에 혼란이 초래되고,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을 양육하는 데 법률상·사실상의 장애가 있더라도 미성년 후견을 통해 장애를 제거할 수 있으며, 신분 관계를 숨기기보다 정확히 알리는 것이 사건본인에게 이롭다고 볼 여지가 있고, 입양을 통해 친생부모가 사건본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건본인의 복리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입양을 불허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법원은, 사건본인의 친 생모가 생존하고 있다고 해서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을 입양하는 것을 불허할 이유가 될 수는 없고, 재항고인들의 입양으로 가족 내부 질서에 혼란이 초래될 수 있더라도 이 사건의 구체적 사정에 비추어 입양이 사건본인에게 더 이익이 된다면 입양을 허가하여야 하므로, 친생부모나 사건본인에 대한 가사조사나 심문 등을 통해, 이 사건 입양이 사건본인에게 도움 되는 점과 우려되는 점을 구체적으로 심리하고 이를 비교·형량하여 입양이 사건본인의 복리에 더 이익이 되는지, 반하는지를 판단하여야 함에도 원심은 그러하지 아니하였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환송하였다.
법적으로는, 민법 규정상 입양의 요건으로 동의와 허가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존속을 제외하고는 혈족의 입양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민법 제877조). 따라서 조부모라고 해서 특별히 입양 주체에서 제외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어차피 입양이란 출생 이외의 요소에 의하여 본래 부모·자식이 아닌 관계에 그 효력을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도, 만약 사건본인과 더욱 친밀한 유대관계를 맺어왔고 앞으로도 책임지고 양육이 가능한 조부모인 데다가 생전부모의 사정으로 그들이 사건본인을 책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사례들이 많으므로, 이 경우 입양으로 법적인 결속력을 정식으로 부여하는 게 사건본인의 복리에 더 나을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혹시 조부모가 사건본인의 부모가 곁에 없거나 신경을 못 쓰는 틈을 타 손자녀를 성적(性的)으로 또는 다른 면에서 착취하려는 범죄의 의도가 엿보인다든지, 또는 부모가 경제적 무능력자여서 부모를 건너뛰어서 손자녀에게 직접 재산을 상속시키려는 편법의 수단으로 악용된다든지 하는 측면만 세심하게 잘 살피면 될 것으로 보여진다. 현대적인 입양법제를 갖춘 미국이나 독일에서도 조부모 등 혈족의 입양이 허용되고 있다고 한다. 윤인섭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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