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교수 |
트럼프는 당선 전에 공공연하게 IRA법(인플레이션감축법안) 보조금의 폐지를 주장했다. 대만의 TSMC와 한국의 삼성반도체,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과 같은 회사들이 안전한 미국에 공장을 짓는 댓가로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대신 오히려 돈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사람이 다시 미국의 대통령이 된 것이다.
한계레는 11월10일자 신문에서 트럼프의 재선을 성공시킨 특급 공신인 일론 머스크가 차기 정부에서 정부효율성위원회 수장으로 임명될 것이 유력하며 'IT 차르'로 등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 내의 암호화폐, 자율주행 자동차, 인공지능 로봇 개발 등에 대한 빅테크 규제의 상당 부분이 완화되면서 자국의 기술패권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기술패권의 시대에 대비를 하고 있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많은 전문가들은 '미비'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작년의 과학기술 연구개발 예산 삭감하는 실기를 저지르고 말았다. 기술패권 시대로 넘어가는 이 중차대한 시점에 무슨 카르텔이 있다면서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예산을 14.7%나 삭감하고 말았다. 그 결과로 과학기술 핵심 인재들의 해외 유출이 심각하다고 한다.
지난 4월 스탠퍼드대 인간중심 AI연구소(HAI)가 발간한 'AI 인덱스 2024'에 따르면, 한국은 인도와 이스라엘에 이어 AI 인재 유출이 세 번째로 많은 국가로 나타났다. 기술 패권의 시대에 과학기술 인력의 허리가 부러져 버린 것이다. 보통 연구개발 과제는 3~5년이 기본이므로, 유출된 인재들은 당분간 한국으로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나는 27년 전 IMF 경제위기를 극복했던 경험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한다. 1997년 당시 회사원이었던 나는 나라가 망했다는 말을 체감했다. 매일 TV에는 우리 기업들이 망했다거나 해외에 매각되었다는 뉴스로 넘쳐났고, 거리에는 젊은 실업자들이 쏟아져 나왔었다. 그때 나는 호기롭게 공부를 한다며 회사를 나왔지만, 실업급여를 받으러 구청에 가서 줄을 서서 후회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때 우리 대한민국은 1년 만에 IMF 구제금융을 다 갚아 버리고 정상국가로 돌아왔고 선진국의 대열에 올라서는 계기를 만들었다. IMF 역경을 딛고 일어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가장 먼저 전 국민이 나라를 구하겠다고 나섰던 금모으기 운동이 있었다. 집집마다 장롱 속에 보관했던 자녀들 돌반지 같은 금붙이를 들고 나와서 국가에 헌납했던 가슴 뭉클했던 기억이 있다. 거기에 높은 교육 수준으로 무장한 국민들이 R&D 예산 10.9%를 증액한 정부 정책에 발맞추어 각자의 자리에서 피눈물을 노력을 쏟아 부은 결과, IMF 1년 졸업이라는 자랑스러운 훈장을 가슴에 달았던 것이다.
우리가 살 길은 탁월한 인재를 길러내는 길 밖에 없다. 우리는 자원이 없는 나라다. 지금까지 원재료를 수입해서 가공해서 완제품을 만들거나, 중간재로 가공해서 수출을 해서 먹고 살아왔다. 그래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헐벗고 못 먹던 시절에도 우리 부모들은 빚을 내서라도 자식 교육에 힘썼다.
결론은 고등교육 예산을 증액하여 대학교육의 질을 비약적으로 높여야 한다. 현재의 객관식 문제풀이식 교육의 결과로 서열화된 대학 체제 내에서는 인공지능 시대를 선도할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기 어렵다. 정부는 AI 시대에 산업화시대의 마인드로 대학교를 통제해서는 안 된다.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배양하려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융통성 있는 창의적 문제 해결형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 문제를 찾아내서 해결할 수 있는 인재들을 길러낼 때 트럼프 2.0시대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태 배재대학교 글로벌자율융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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