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
영국 토터스미디어의 '2024년 글로벌 AI 인덱스'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AI 역량은 세계 6위로 평가받는다. 2027년까지 AI 분야에서 미국, 중국에 이어 3대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는 그만큼 도전적이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첨단 GPU 자원을 확보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최근 들어서 국가 차원이든 기업 차원이든 AI 슈퍼컴퓨터 구축은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AI 스타트업 xAI는 지난 9월 초 세계 최강 훈련 시스템인 클로서스(Colossus) 슈퍼컴퓨터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 슈퍼컴퓨터는 10만 개의 엔비디아 H100 GPU로 122일 만에 구축되었고, 몇 달 내 최신 GPU 20만 개로 규모를 두 배 확장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보다 AI 경쟁력 순위가 낮은 일본과 대만도 최신 GPU 기반 AI 슈퍼컴퓨터를 구축 중이다. 일본의 산업기술총합연구소(AIST)는 H200 GPU 6000여개를 확보해서 올해 말 가동을 목표로 AI 슈퍼컴퓨터를 구축 중이다. 대만의 폭스콘도 H200보다 최신인 블랙웰(GB200) GPU 4600여 개를 확보해 2026까지 세계적 수준의 AI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GPU 확보 상황은 매우 미흡하다. 보도 및 학회 발표 자료 등에 의하면 네이버에 A100 2000여개, SK텔레콤에 A100 1000여개, LG에 엔비디어 A100 2000여개, 광주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에 H100 1000여 개로 구성된 AI 컴퓨터가 구동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마저도 대부분 2~3년 전에 구매된 A100 기반이다. 세계적 수준의 AI 슈퍼컴퓨터 구축을 위해 최신 H100이나 블랙웰 기반 GPU 확보가 시급하다.
챗GPT가 출시된 지 2년이 되어간다. 챗GPT발 생성형 AI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국가 간 AI 기술 패권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고 있다. 이제는 최신 GPU 자원 확보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었다. 정부도 국가 AI 컴퓨팅 인프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정부의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은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하지만 속도가 더 중요하다. 2030년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 목표대로 2027년에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형언어모델(LLM) 기반의 AI 검색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AI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는 지금, 이대로의 GPU 확보 계획이라면 오히려 2027년에 세계 6위 순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정부는 민관 합작 투자를 통해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에 필요한 수조 원의 재원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한다. 현실적인 방안일 수 있다. 2018년에 기획 착수, 2020년부터 민관 합작 투자 방식으로 추진 중인 광주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의 AI 컴퓨터센터 구축을 반면교사로 삼아, 지자체 선정, 사업자 선정, 센터 부지 확보 등 필요한 절차를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민관 합작 사업 특성상 자칫 1~2년 지연되기 십상이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국가 슈퍼컴퓨터 6호기에 3만 개의 GPU 중 1만 개를 추가해서 2026년 가동을 목표로 세계 3~4위권 규모의 국가 AI 슈퍼컴퓨터 6호기를 신속하게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6호기 구축을 위한 필요한 건물, 전력, 기반 시설, 운영 인력, 오랜 R&D 지원 노하우 등을 갖추고 있다. 나머지 2만 개의 GPU는 민관 합작 방식으로 차세대 GPU를 확보하며, 국가 AI 컴퓨팅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책 결정, 과감한 투자, 그리고 신속한 실행이 필수적이다. AI 초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속도가 관건이다.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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